가톨릭 소식

[기도맛들이기]예수마음(4)-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기도

松竹/김철이 2008. 5. 23. 17:49

권민자 수녀(성심수녀회, 예수마음 배움터 피정 지도)

예수마음 기도를 바칠 때 떠오르는 분심 중에서 미래와 현재의 것은 물리치고 과거의 것은 잘 헤아려 그 분심의 내용을 가지고 하느님께 기도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과거 타인에게 해를 가했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면 하느님께 이런 자신의 죄스러운 마음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잘못을 뉘우치면서 용서를 비는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구약의 다윗 왕은 간음과 살인죄를 짓고도 처음에는 자신의 죄를 느끼지 못하다가 예언자 나탄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하고 잘못을 인정합니다(2사무 12,1-15 참조).

 그리고 하느님께 이렇게 회개 기도를 바칩니다.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시편 51,3-4).

 우리도 자신이 지은 죄를 모르고 살 때가 많은데 기도를 바치다보면 지난날 자신이 범한 죄의 모습에 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자신의 죄스러운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회심의 자리인지 모릅니다. 이때 다윗 왕처럼 우리도 자신의 죄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백하는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께서 우리들의 어두운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십니다.

 이렇게 기도를 드리고 성사(고해, 성체)생활을 하게 될 때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을 누리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주님께서 말씀 하신다. '오너라, 우리 시비를 가려보자.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 (이사 1,18).

 하느님께 용서받지 못할 죄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죄를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기도를 통해 직접 체험한 사람은 그분이 얼마나 자비롭고 인자한 분이신지 잘 알 것입니다.

 한편, 기도 중에 자신의 탓 없이 억울하게 당한 일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어렸을 때에 부모를 잃었다든지, 병을 얻어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웠던 일들이 분심으로 올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시편작가들이 하느님께 자신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기도를 드렸듯이 우리도 그렇게 기도해야합니다. 하느님께 탄원하고, 절규하며, 고발하고 원망도 하는 기도를 바쳐야합니다.

 비록 예의를 차리는 고상한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의 간청을 물리치지 않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지니고 하느님의 자녀답게 솔직하게 기도드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고 우리가 더욱 인격적으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특별한 영적체험이나 상처치유 등이 예수마음 기도의 목적은 아닙니다. 예수마음 기도가 일상적인 삶 안에 깊이 자리하게 되면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마치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은 사람을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성령께서 몸소,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우리의 영에게 증언해 주십니다"(로마 8,15-16).

 

출처 :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