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

松竹/김철이 2008. 5. 16. 17:38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 (14)기도에 대한 이해 ②기도의 4가지 영역으로서의 영적 독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온전히 맡겨라

기도 발전 위해 일상에서 거듭되는 내적 활동 필요
주님 현존 속 ‘기도의 삶’으로 그리스도 사랑 전달

영적독서는 우리로 하여금 성경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통적 고전들로 향하도록 하는 수행이다. 영적독서는 또한 우리의 기도를 영적으로 살찌우는 음식이다. 실제로 우리 자신이 하느님 맛스러움의 온전한 의미를 감지하기 위해선 인내롭게 성경과 고전적 작품들(교부 및 성인들의 말씀 등)을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적 독서는 분명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우리의 삶을 ‘구체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그럼 영적 독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짧은 글에서 영적 독서의 모든 것에 대해 쉽게 설명하다 보면 자칫 영적 독서 자체를 단순화할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것을 어렵게 설명한다면 누가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가능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가장 많이 추천되는 방식은 독서할 부분을 아주 천천히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 깊이 다가오는 ‘그 무엇’을 느낄 수 있다.

▲영적 독서와 관련하여 추천되는 또 다른 한 방식은 ‘함께 머무는’ 형태로 옮겨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독서를 서둘러 가며 몰아붙이지 말고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을 갖고 주의를 집중하면서 ‘함께 머무는’가운데 수행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영적 독서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체험 속에 머물러 살도록 이끌고, 독서를 통해 얻게 되는 통찰들에 개방되도록(열리도록) 한다.

영적 독서는 성경 등의 말씀을 우리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고요하게 깨어있는 상태에서 온유하면서도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 자체들을 응시하는 것을 말한다.

▲세번째로 기도는 묵상에서 발전해 나온다. 조금 어렵게 표현하면 기도는 묵상에 대한 결실있는 응답이다. 이를 위해선 지속적 수행이 필요하다. 늘 하느님의 의지를 파악하고 매일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하느님께 내어 맡겨야 한다. 그래서 신비의 현존에 우리 자신이 머물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하느님의 현존에 대해 늘 자각하고 있어야 하고, 기도를 갈망속에서 해야 하고, 선한 의지들의 쇄신이 매일매일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매일의 일상 생활 속에서 거듭되는 내적 활동들이 기도 발전을 위해 요청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늘 씹어 왔던 영적 음식들을 소화시키게 되고, 그러면 이것은 다시 우리에게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해 준다.

▲끝으로 관상은 사랑 깊으신 하느님의 순수한 선물이다. 관상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당신 길을 이끌어 가실 수 있도록 유순해 지는 것이다. 또한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부르심(응답을 요구하시는 것)에 대해 ‘예’라고 말하는 것을 뜻한다. 이 관상은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능동적인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수동적 영역’이다.

능동적 관상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고, 그분의 초대들을 순명하여 받아들이며, 영적 규율들을 실천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자신을 하느님께 기투(棄投, abandon)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그러한 영역이다. 여기서 기투란 한자를 그대로 풀면 ‘내버려 던짐’이라는 뜻이고, 의역하면 ‘나의 뜻을 포기하고 하느님 뜻에 나 자신을 내어 맡김’ 혹은 ‘하느님과 함께 온전히 함께 머무름’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럼 수동적 관상은 능동적 관상과 어떻게 다를까. 수동적 관상은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1515~1582)에 의해 기술된 저 ‘신비적 약혼’과 ‘결혼 상태’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 관상은 하느님과의 신비적 체험의 성취다.

이 약혼과 결혼 상태는 오로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에 의해서만 가능할 따름이다. 또한 이 관상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알기를, 그리고 영원한 신성을 감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강렬한 열망이기도 하다. 관상을 통해 얻은 영적 음식은 나 자신 전체(전 인격 주체)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활기에 넘치게 해 준다.

앞의 네 가지를 볼 때 하느님 현존 안에서 영위하는 ‘기도의 삶’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제자 신분으로 활동하는데 합당한 준비를 시켜준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영적 독서와 묵상적 성찰, 그리고 기도와 같은 수련들과 관상이라는 선물, 이 모든 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하느님 사랑의 깊이를 전달 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는 이를 통해서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그분과 더불어, 사랑을 발산하게 된다.

소위 빛이 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출처 : 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