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편 사평역(沙平驛)에서 제7편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정끝별·시인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 옛 자료 모음방/애송시 2009.01.21
제6편 서정주 '冬天(동천)' 제6편 서정주 '冬天(동천)' 문태준·시인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일러스트=잠산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고 이빨은 시리다. 문득 .. 옛 자료 모음방/애송시 2008.07.11
제5편 김춘수 ‘꽃’ 제5편 김춘수 ‘꽃’ 정끝별·시인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 옛 자료 모음방/애송시 2008.06.29
제4편 황동규 ‘즐거운 편지’ 제4편 황동규 ‘즐거운 편지’ 문태준·시인 황동규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 옛 자료 모음방/애송시 2008.06.21
제3편 이성복 '남해 금산’' 제3편 이성복 '남해 금산’'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편 [3] 정끝별·시인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 옛 자료 모음방/애송시 2008.06.16
제2편 김수영 ‘풀’ 제2편 김수영 ‘풀’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옛 자료 모음방/애송시 2008.06.08
제 1편 박두진 '해' 제 1편 박두진 '해' 정끝별·시인 ▲ 일러스트= 잠산 쥐띠 해가 밝았다.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킬 새해가 밝았다. 현대시가 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가 밝았다. 대통령 당선자는 근심과 탄식의 소리가 멈춘 ‘생생지락(生生之樂)’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어둠으로 점철된 현대사 속에서 우리 시는 .. 옛 자료 모음방/애송시 2008.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