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뿌리 찾아 한 바퀴…서귀포 신앙의 원형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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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걷고 기도하고] 제주교구 하논성당길
제주 서귀포의 어느 목장 귀퉁이. 수령 100년이 넘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못했던 하논본당 터를 품고 70년을 버텨 온 나무다. 2010년, 제주교구 서귀포본당 11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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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에는 원을 그리듯 한 바퀴를 도는 특별한 순례길이 있습니다. 바로 하논성당길입니다. 이 길은 서귀포성당을 기점으로 천지연 산책로를 지나 하논성당 터와 하논분화구, 솜반천과 흙담소나무길을 거쳐 홍로성당 터 ‘면형의 집’에 이르렀다가 다시 서귀포성당으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 길은, 순례자가 걸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도록 초대합니다.
이 길의 중심에는 제주 천주교의 시작을 기억하는 장소인 하논성당 터가 있습니다. 1900년 6월 12일 세워진 하논본당은 한라산 남쪽 지역 최초의 본당으로, 오늘날 산남 지역 여러 성당 공동체의 출발점이 된 곳입니다. 그러나 이듬해 발생한 신축교안, 즉 ‘이재수의 난’으로 공동체는 큰 피해를 입었고 많은 신자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이후 에밀 타케 신부는 본당을 홍로 마을로 옮겼고, 하논성당 터는 긴 세월 빈터로 남게 되었습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타케 신부의 발자취도 자연스럽게 만납니다. 그는 홍로성당 터에서 13년 동안 선교하며 지역 주민들과 화합을 이루고 공동체의 상처를 치유하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하고 온주밀감을 제주에 들여오는 등 제주 자연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논성당 길은 ‘환희의 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잃어버렸던 성당 터를 되찾은 기쁨과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를 떠올리며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하느님 안에서 기쁨과 평화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역사와 신앙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는 길, 하논성당길.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의 신앙 선조들이 걸었던 발자취와 함께 오늘날 우리네 삶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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