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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천천히 가면 어때서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松竹/김철이 2026. 2. 22. 08:00

좀 천천히 가면 어때서

 

                              松竹 김철이

 

 

갈팡질팡

비탈길 뛰어오르던 산토끼가

뒤따르던 민달팽일 돌아다보며

혀를 껄껄 찼지

 

너처럼 세월아 네월아

뭉개며 마냥 기다간

언덕 너머 저 산허리

휘휘 감아 피어오를

토끼풀꽃 잔치 구경 하나하나 못 볼세라

 

민달팽이 느긋하게

느린 고갯짓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지

세상 풀꽃이 어디 토끼풀뿐이더냐

 

너처럼 촐싹대며 허둥지둥 뛰다간

깽깽이풀 선개불알풀

족두리풀 애기똥풀 고이 치장하고

언덕길 길섶마다 소소히 치러질

풀꽃 잔치 구경 걸판지게 못 볼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