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신앙시

계시 | 2025년 6월 예수성심성월 신앙 시

松竹/김철이 2025. 6. 3. 08:09

 

계시

 

                    김철이 비안네

 

 

모질고 처절한 사투 속에

기나긴 겨우살이 내내

옷 한 벌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칼바람 몸째 맞아도

하나 흔들림이 없었지.

 

깡마른 나뭇가지 매듭마다

연약한 새순들이 고개를 빼족이 내밀고

 

한순간 미동 없이

가만가만 숨죽이고

찰나로 내려앉을 찬 공기조차

고개 돌려 외면하고 싶은 새순들

 

하룻밤

거듭 이틀 밤 뜬눈으로, 지새며

길섶 돌멩이 몰래 자라듯

몰래몰래 무성한 시절의 생명을 키운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삶의 힘

묵묵히 보여주며

거듭거듭 변화하는 계절의 능력 속에서

죽음을 이겨낸 그 임의 계시를

검푸른 유월의 일상서도 나날이 마주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