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는 십자가의 크기가 아닌 꾸준함에 있다 ]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전삼용 요셉 신부님, 2025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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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다해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 순교는 십자가의 크기가 아닌 꾸준함에 있다
하퍼 리(Harper Lee)는 젊은 나이에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라는 위대한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 작품은 1960년에 출판되어, 그해 퓰리처상을 받으며 문학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후 약 50년 동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하퍼 리가 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된 이유는 그녀 자신이 그 두 번째 작품에 대한 부담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퍼 리는 그녀의 출판사와 인터뷰에서 “나는 이미 ‘앵무새 죽이기’로 인생의 목표를 이룬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마거릿 미첼(Sherman Mitchell)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라는 역사적인 소설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이 책은 1936년에 발표되어,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첼의 첫 번째 소설은 결국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그녀는 문학계에서 큰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도 역시 그 이후로는 어떤 글도 쓰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완벽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완벽주의는 열등감에서 옵니다. 더는 좌절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최고의 위치에서 또 다른 책을 썼다가 평이 좋지 않고 팔리지 않으면 자기 위치를 잃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이 자존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반드시” 고난을 겪고 죽은 후 부활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 단지 일시적인 일이 아니라, ‘부활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 길을 함께 따를 것을 요구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저도 사제가 되라는 주님의 뜻이 있었지만, 따를 자신이 없었습니다. 특별히 결혼 안 하고 산다는 게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마음에 드는 자매와 산 정자에 앉았을 때 오늘의 말씀이 들렸습니다. 이 말씀으로 십자가가 나에게 불가능한 무엇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무엇으로 보였습니다. 여기에는 바로 “매일”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평생 혼자 산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힘들지만, 하루하루로 생각하면 큰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여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이 느끼는 신혼부부라도 어떤 한 사람이 여행 가서 일주일 떨어져 있는다고 상사병으로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십자가의 순교 또한 내가 얼마나 큰 크기의 십자가를 지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오늘 하루만 버틸 수 있느냐로 다다를 수 있습니다. 순교자들의 고문과 박해를 생각하면 그것은 넘을 수 없는 산입니다. 그러나 한 발짝씩 올라간다면 언젠가는 그 산을 넘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명작을 낸 후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후속작을 쓴 대표적인 작가로는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와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등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로 1939년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큰 명성을 얻었지만, 그 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써 나갔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매일 글쓰는 습관과 끈기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스타인벡은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며, 글쓰기는 ‘영감’이 떠오를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과 일관성에서 온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 중 하나는 “영감은 바로 그 자리에 있다. 내가 앉아서 하루에 몇 시간씩 글을 쓸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떠오른다.”라고 했습니다. ‘분노의 포도’는 1939년 작품이고 ‘에덴의 동쪽’은 1952년 작품입니다. 이 밖에도 그의 작품은 10권이 넘습니다.
장사와 요리의 한국 대표적 전문가인 백종원 대표도 많은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빽다방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10개 중 1개만 성공한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십자가를 지는 자세입니다.
인도에 아내의 죽음 때문에 평생 산을 깨서 길을 낸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삶이 영화로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사순을 시작하는 지금 그분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사순 동안 술과 담배를 끊겠어?’, ‘내가 어떻게 사순 동안 단것을 먹지 않을 수 있겠어?’ 그러나 오늘 하루는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안 되면 한 시간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예수님도 광야에서 그렇게 하루하루 사셨을 것이고 그 하루하루가 모여 40일이 되었습니다. 그분의 삶 자체도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부활’의 희망으로 합니다. 그런데 하루만이라도 십자가를 지고 나면 부활의 기쁨이 마지막 때 한 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십자가에도 부활의 기쁨이 벌써 온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책을 한 줄 썼을 때 이미 완성된 명작의 희망이 주는 기쁨이 주어집니다. 그것이 그다음 날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평생 지어야 할 십자가는 잠시만 보고 오늘 당장 지어야 할 십자가만 생각하며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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