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산티아고 오르막길에서, 내 등을 밀어준 사람

松竹/김철이 2025. 3. 5. 08:24

산티아고 오르막길에서, 내 등을 밀어준 사람

그것은 손끝이었네
손가락 끝
사알작
댄 듯 만 듯

무너지듯 주저앉아
아이처럼
서럽게 울고 싶던
숨 막히는 오르막길

그 산을 넘은 힘은
누군가의 손끝이었네
고요히 등 뒤에서
살짝만 밀어주던


- 고창영의 시〈등을 밀어준 사람〉(전문)에서 -


* 그랬습니다.
앞에서 손을 잡아 끌어준것도 아니고
등을 손바닥으로 힘껏 밀던 것도 아니고
단지 댄 듯 만 듯 살짝 손끝으로 밀어주었던 것인데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그 산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삶의 고비마다 어쩌면 그렇게 손가락 하나 내어 준
고마운 분들이 산티아고 언덕길에서 생각이 났습니다.
새로운 결심과 도전이 필요한 시기마다
아침편지 여행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날 체험을 시로 써보라 해서 써봤습니다.
꾸벅! 고창영 올림
(2018년 10월26일자 앙코르메일)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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