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내 든든한 빽은 하느님

松竹/김철이 2025. 2. 3. 16:07

내 든든한 빽은 하느님

 

 

군 전역을 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유독 예민하고 소심했던 저는 군대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고민의 순간이 지금까지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제가 무사히 전역할 수 있 었던 것은 하느님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 아 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을 방황의 시기로 보내다가 졸업 하고, 결국 원하는 대학 입시에 실패했던 저는 캠 퍼스 생활의 즐거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한 학기 만에 휴학하고 입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모두 제가 군 생활을 잘 해낼 것이라 얘기했고, 저 또한 잘할 자신이 있었기에 군대에 간다는 것이 두렵거나 겁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입대를 한 첫날부터 보충대 입소 전에 부모님과 함께했 던 식사가 탈이 났는지 며칠간 복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계속해서 비까지 추적이며 내 렸고, 전역까지 까마득한 날들을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최전방에 있는 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7주간의 신 병 교육을 수료해야 했습니다.

 

1월에 입대했었기 때문에 살을 에는 추위와 싸 워야 했고, 몸과 마음도 모두 예민했었기에 툭하 면 아프고, 수십 명이 함께해야 하는 생활관 생활 속에서 제대로 잠드는 날은 손에 꼽을 수밖에 없 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날 속에서도 제가 가장 기 다렸던 시간은 주말에 찾아오는 종교 시간이었습 니다. 견진성사를 받았던 덕분에 저는 성당 봉사 자로 활동할 수 있었고, 민간인분들이 가져다주 시는 간식을 건빵 주머니에 가득 채워 올 수 있었 습니다.

 

그렇게 힘든 주간 훈련 시간 이후 찾아오는 종 교 활동 시간은 너무나 꿀맛 같았습니다. 하루는 신부님께서 강론 중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빽 이 있어 좋은 부대에 가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여 러분들에게는 하느님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 한 빽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을 들은 이후 저는 훈련에서 실수하거나 잠 이 안 올 때면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 리고 그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요? 저는 집 가까 이에 있는 편하기로 유명한 부대로 전입하게 됐 습니다. 이제 제 군 생활은 폈다고 안도하던 그때, 오만해지는 저를 하느님께서는 가만히 두지 않으 시더군요. 그때에도 남아있던 군 부조리 탓에 한 선임의 꼬임에 넘어가 다른 선임들의 미움을 받 게 됐고, 업무에서도 남들이 쉴 때는 쉬지 못하고 골치 아픈 업무를 도맡아야 했습니다. 다시 잠 못 드는 날들이 많아졌고, 몸과 마음도 피폐해져 하 루도 쉬지 않고 집에 전화해 하소연했었답니다.

 

이렇게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겠다고 생각하 던 때, 다시 한번 저를 일으켜 세워주신 건 하느 님이었습니다. 다행히 소속되어 있던 작은 중대 에 천주교 신자인 선임이 한 분 있었기에 그분을 따라 공소에 미사를 드리러 갔고, 이후 조금씩 마 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번씩 큰 부 대에 미사를 가기도 하고, 나중에는 천주교 군종 병도 겸임하며 부활절과 성탄에는 파견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군 생활에 조금씩 안정을 찾고, 상도 여러 번 받고 특급 전사까지 따다 보니 저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전역이라는 기쁨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예민한 몸과 맘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 래도 힘들 때마다 나의 가장 든든한 빽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며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좋은 길을 따라 인생의 길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신앙 수기자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