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 | 20241022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JQC69ft63kQ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엄한 가정에서 자란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어머니 혼자 가정을 책임지시는 가정이니 세세히 다 돌봄을 기대할 수는 없었겠지만 어머니는 ‘무서운 분’이라는 이미지로 존재하시고 거의 모든 시간은 형제들끼리 혹은 홀로 해결해야 하는 하루였습니다. 집에 ‘통금시간’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신 ‘원칙’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집에 들어올 때까지 어머니는 주무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집에 가족이 다 들어올 때까지 기도 상에 촛불은 꺼지지 않고 어머니의 묵주기도도 끝나지 않습니다. 연락만 한다면 얼마든지 늦어도 되지만 대신 어머니는 주무시지 않습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깨어 기다리라’는 말씀은 우리를 긴장시키는 듯 들리지만 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면 그 내용은 사뭇 다릅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들리는 이라면 당연히 엄하고 무서운 듯 느껴질 수 있지만, 같은 말씀을 듣는 이가 말하는 이를 사랑한다면 내용은 당연한 것으로 바뀌고 설레는 것으로 변화합니다. 예수님이 알려주신 ‘기다림’은 의무일까요? 설레임일까요?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새벽까지 깨어 계시는 어머니는 ‘다녀 왔습니다!’로 인사하는 저에게 늘 물으셨습니다. ‘밥은 먹었고?’ 그리고 배고픈 기색이 보이면 늘 밥을 내어 오셨습니다. 밥은 따뜻했고 뜨거운 국과 반찬이 있었습니다. 마치 기다린 듯 신기한 새벽 밥을 먹은 기억이 많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깨어 기다림’에 대한 가르침을 들을 때면 그런 어머니의 기다림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 집으로 가는 길은 설레는 길입니다. 예수님은 기다린 종에게 주인이 보이는 예상치 못하는 모습을 그려주십니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이야기를 뒤집어서 보면 그런 주인이라면 기다려지지 않을까요? 깨어 기다리는 말씀을 긴장하고 언제라도 도망갈 준비를 해야 하는 듯 듣고 있는 이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설렘을 가지고 감겨지는 눈을 다시 부릅뜰 만한 분이 주님입니다. 심판의 날은 왜 걱정을 합니까? 그런 주님이 오신다면 심판이 어떻든 그분을 뵙는 것이 더 기다려질텐데 말입니다. 늦은 밤 어머니를 생각하는 귀갓길처럼 말입니다.
0:00 오늘의 복음
1:15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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