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松竹 김철이
얼기설기 맺은 정 냉정도 하게
나뭇가지마다 꽃단풍 지고
비어갈 가지 끝에 서리꽃이 매달려 필 무렵
뒷문 밖 동장군 무딘 칼날을 갈더라
한해 가을걷이 끝낸 논두렁엔
게으른 허수아비 하품만 늘어가는데
가는 시절 이별하기 아쉬운 듯
길섶마다 낙엽들 억지가 대판일세
농번기 잰걸음 걷던 농심은
국화주 몇 잔에 시름을 떨치는데
늦여름 설거지 마친 단풍잎
알록달록 생가슴만 타들어 가겠네
시절의 끝자락을 환칠하듯
점점 드높아져 가는 하늘 붓도 없이
하늘 아랫동네 뜨락마다
천하제일 풍경화를 마냥 휘갈긴다.
상강霜降 | 시인뉴스 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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