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착한 목자 | 박헌일 필립보 신부님(교구 성소국장)

松竹/김철이 2024. 4. 23. 10:00

착한 목자 

 

                                      박헌일 필립보 신부님(교구 성소국장)

 

 

 

이스라엘 민족은 목축을 하는 민족 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고향 칼데 아 우르를 떠날 때 그는 가족과 함께 양들을 이끌고 떠났습니다. 이곳저 곳을 떠도는 유목민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해 길일 나서는 교 회 공동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 다. 척박한 땅에서 목축을 한다는 것 은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약탈하는 도 둑과 양들을 물어가는 이리들과도 싸워야 하고 무엇보 다 물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오로지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믿음 안에서 약속의 땅으로 걸어갑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하느님 께서는 사라와의 사이에서 이사악을 주셨고 야곱의 자 손들을 한 민족이 되게 하셨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초 기 성조들의 삶은 떠돌이 생활이었습니다. 그래서 농 경을 주로 하는 가나안의 사람들과는 종교·문화적으 로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농경 민족들은 토착화된 농 경 문화 안에서 다신교와 우상을 섬기는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농경 민족에게는 땅이 소중했지 만, 유목 민족에게는 소와 양 같은 동물들이 소중한 재 산이었습니다. 일부 성경학자들은 농사를 짓는 카인의 “재물”은 받지 않으시고, 목축을 하는 아벨의 “양”만 기 쁘게 받으신 것 대해 유목민족인 이스라엘이 선택되었 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양의 주인과 삯꾼의 차 이를 말씀하십니다. 삯꾼은 양보다 내가 일한 대가를 지불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양의 주인은 양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소 주일을 맞 아 “착한 목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 다. 저 또한 “착한 목자”가 정말 어떻게 살아가는 사제 인가 묵상하게 됩니다. 제 스스로도 주님의 양을 치는 목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삯꾼이 아닌 주인처럼 살아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양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아버지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삯꾼은 주인의 양이 유산으로 상속되지 않지만, 자녀는 아버지 의 양이 유산으로 상속되기 때문입니다.

 

성소자 모임에 참석하는 친구들이 성소의 길을 부담 스러워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이 교우들의 관심이라 고 합니다. 성소는 교회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소명 중 하나인데, 우리 친구들은 그 관심이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정말 중요한 선 택을 해야 하는 가혹함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주님의 일꾼으로 살아가는 부르심이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으 면 좋겠습니다. 성소는 단순히 응답이 먼저가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이 먼저입니다. 하느님 백성을 위해 예 수님처럼 당신 자신을 온전히 봉헌할 수 있는 친구들이 그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