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 | 20240329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PiOlAdHGANw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목마르다.”
지난 밤 우리는 세상에서 드려진 첫 미사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드리는 지금의 미사는 화려한 말들에 휩싸여 있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양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의 중심은 식탁인 제대라고 말하고 화려한 성당에도 가장 소박한 모습으로 아직 지켜지고 있습니다.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유혹에 빠졌던 교회, 그래서 분열조차 막지 못했던 교회가 그나마 지켜진 것은 당신을 희생하시면서도 진리를 지켜주셨던 주님 때문입니다. 결코 우리가 그분을 넘어설 수도 가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님이 돌아가신 성 금요일입니다. 우리가 금육이나 재를 지킴으로써 이 하루를 주일만큼이나 잘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를 떠나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죄목을 찾지 못하겠소,”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는 것. 그것은 주님은 사실 죄가 확정되지 않은 채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주님을 죽이려 한 이들의 주장일 뿐 주님은 실제도 또 그 자리에서도 죄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죽음을 선언한 빌라도는 끝내 자신의 선언에서 발을 뺍니다.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를 보며 엄청난 신앙적 언어와 신학적 의견들을 드러내지만 그 때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빨리 주님이 ‘죽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죽음은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이 계신 것을 부정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온갖 나쁜 짓을 모아서 하느님께 자신들을 드러냅니다. 죽이기는 빨리해야 하는데, 또 그분에게 영향을 받은 이들의 기를 꺽어놓아야 하고, 후손들에게도 그런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힘으로 모의하고 이방인의 손으로 죽음을 결정하고서는 십자가를 세워 백성들을 협박하고, 주님에 대한 기억을 ‘고통’이라는 단어로 범벅시켜 버렸습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들이 주님께 기대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억하게 하며 그것이 신앙의 길이라고 가르치는 전통은 너무나 오래된 일입니다.
“목마르다. 다 이루어졌다.”
참 힘겹습니다. 세상의 구원을 목말라하셨던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까지 보내셨지만 결국 그 구원은 아들이 스스로를 희생하여 지켜냈습니다. 그래서 목마름을 당신의 죽음으로 해결하는 하느님은 표현할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세상은 원하는 대로 살아있는 하느님을 없앴습니다. 오늘이 그 날이고, 그 증거가 십자가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고통이 아니라 분명한 사랑입니다. 이 밤. 이 날 그리스도인이라면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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