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 | 20230819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3_R1EO8OLzs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사제로 살면서 곧잘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농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사실 저에게는 꽤 심각한 내용입니다. 그것은 ‘내가 정말 사제로서 충실하려면 신학교 입학 할 때에 서품을 받았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신학교에 입학할 때 수준으로 치자면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는 전혀 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백지에 가까웠던 정도지만 그럼에도 가장 가지고 싶은 생각과 각오는 그 때가 가장 충만했음은 분명합니다. 또 잘못과 실수 모두를 생각해도 그 때처럼 순수하고 좋았던 적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에게 손을 얹고 기도해 달라고 하였다.”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성당에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라고 말하는 어른들도 여전하긴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우리는 창조주 하느님을 고백하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가 하느님을 닮았음을 알아듣는 우리에게 어린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하느님을 가장 닮아있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욕심이나 이기심의 정도에 있어서도 어린이의 것을 어른의 기준에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마라.”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 또 철 없는 이들을 대표하는 어린이이지만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세상을 알게 되고 살지만 그들의 상태는 바로 이런 어린이와 같이 순수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그 뜻일 겁니다.
처음 신학교 입학 때의 상태로 사제가 되었다면 단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은 사제로 산만큼 더 깊어가는지도 모릅니다. 알면서도 잘못하고 선택하여 실수를 한 날들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를 보면서 그들의 순수함을 보는 것은 주님 곁에 자격 없음을 고백하며 주저하는 모습일수록 더 강하게 느끼는 부러움입니다.
0:00 오늘의 복음
1:03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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