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선물
제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무신론자였습니다. 신은 없다고 생각하고,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보다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뒤늦게 알게 됐습 니다. 그는 무신론자를 넘어 신을 부정하는 사람임을요. 그 는 주말이면 저를 만나러 종종 성당 앞으로 오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반가운 얼굴로 웃으며 물었습니다. “이성적인 사 고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화론이 아닌 창조론을 믿느냐, 사랑의 신이라면서 십자군 원정에서의 처절함은 어떻게 설 명할 것이냐?” 등을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상 비아냥 거림이었죠. 어떤 날은 웃어넘기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다투 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흘러 그와 관계가 깊어질수록 우리 둘 사이에 어쩌면 종교가 큰 산이 될 수도 있겠단 걱 정이 들었습니다. 부부가 서로 종교가 다를 수도 있다고 머 리로는 생각했지만 제 가정만큼은 주님 안에서 하나 되는 성가정이길 꿈꿔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제가 다니던 성당에 예비자 모집 공고 플래카 드가 내걸렸습니다. 그해는 “예비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에 유독 눈이 갔습니다. 갑자기 백일기도라도 드 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를 주님 자녀로 불러 달 라는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주님 보시기에 그가 제 배우자 라면 그의 마음을 변화시켜 주시는 것으로 응답을 달라는 기도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결혼 상대로 확신이 없었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저의 솔직한 심정은 간절함이 었습니다. 그렇게라도 그가 주님의 자녀가 돼, 그와 함께 성가정을 이루고 싶은 간절함 말이지요.
매일 아침 방송이 끝나면 성당에 들러 몇십 분 주님 앞 에서 중얼거렸습니다. 그를 위한 간청의 기도가 명분이었 지만 매일 주님과 온전히 대화하는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 이정민세실리아 | MBC아나운서 직 시간이 남았는데 그에게서 예기치도 못한 기적 같은 말 을 듣게 됩니다. “네가 그렇게 믿는 신이란 존재를 나도 한 번 알아나 볼까?” “뭐??” 꿈인가 생시인가 의심이 들 만큼 그 당시 그 말은 기적 같은 메시지였습니다. ‘아무 계기도 없이 사람의 마음이 정반대가 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었 습니다. 하지만 왠지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처음 시작은 삼세판이었습니다. 딱 3번만 교리를 들어 보고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하자고 약속했습니 다. 하지만 3번이 6번이 되고 3개월이 되고 6개월이 되어 그는 짧지 않은 교리를 성실히 마쳤습니다. 그해 여름 끝자 락 그는 눈물로 통회하며 주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 고 그해 10월 저희는 혼인성사와 함께 부부가 되었지요.
저의 결혼 스토리를 비신자는 웃어넘길지 몰라도 신앙 인에겐 울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용기 내봤습니다. ‘구하면 받는다.’라는 마태복음 구절을 떠올리는 분도 계실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요. 주님이 계획하신 일은 우리 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때,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루 어짐을 깨닫게 된, 제 인생 최고의 경험으로 꼽는답니다.
'세대간 소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 편지 | 당신의 기척 (0) | 2023.05.23 |
---|---|
함께 가는 길 |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살기 (1) | 2023.05.20 |
누룩 |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 (0) | 2023.05.13 |
주말 편지 | 아, 날아간 사제성소여! (0) | 2023.05.09 |
누룩 |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중독으로부터의 해방 (0) | 2023.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