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내면과 외면|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松竹/김철이 2022. 12. 3. 00:48

내면과 외면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병원에 한 사람이 찾아옵니다. 술을 지나치게 먹어 간이 아프다고 합니다. 의사는 약물 처방을 하고 다음 약속을 잡습니다. 그리고 다음주에 그 사람이 돌아옵니다. 헌데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이 증상에 이 약이면 일주일이면 낫고도 충분한 시간인데 왜 낫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온갖 검사를 시작합니다. 엑스레이며 CT 촬영이며 MRI까지 찍게 합니다. 피도 뽑고 초음파도 찍어 봅니다. 그러나 이상합니다. 그 어디에도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그제서야 의사는 감을 잡습니다. 문제는 그의 몸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의 영혼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영적인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영적인 이유는 '선'과 '악'으로 양분됩니다. 선을 추구하면서 세상에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에 기대서 세상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내면은 흔히 감추어지고 우리는 외견으로 평가 받습니다.

 

더러운 거래를 마주해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세속적으로 힘있으면서 영적으로 타락한 행위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서로간의 담합이나 비밀스런 협약과 거래 속에서 힘없는 이들은 고통 당합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의 내면이 얼마나 더러워져 있는지를 알고 그들의 훗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를 안다면 그들에게 분노하기보다 차라리 연민을 품는 것이 더 나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내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컨닝을 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받아 오면 결과를 바라보는 부모는 그것으로 기뻐할 뿐입니다. 자녀로 인해서 '자랑거리'가 하나 생겼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좋은 대학만 들어간다면 누구를 어떻게 짓밟든 누구에게 청탁을 하던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일수록 영적으로는 더욱 타락한 세상이 됩니다.

 

하느님의 사람들은 순수합니다. 영혼이 맑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 안에서 천덕꾸러기들입니다. 눈치를 볼 줄 모르고 적당히 거래하고 타협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뇌물을 거절하고 진리 안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은 눈꼴사나운 모습일 뿐입니다. 그래서 흔히 박해가 시작됩니다.

 

이런 결과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순진하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세상의 영악한과 더러운 구조를 잘 알고 신앙 안에서 용기를 지니고 꾸준함을 지녀야 합니다. 인내가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