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길

주현미 - 마도로스 부기 (1960)

松竹/김철이 2022. 8. 25. 09:14

주현미 - 마도로스 부기 (1960)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PvWmaxsvVfI

 

 

 

 

 

 

 

노래이야기

 

1960년대. 외항선을 타고 나가 돈을 벌어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마도로스'를 노래한 가요들의 붐이 일어났는데요. 많은 가수들이 '마도로스'에 대한 노래를 불렀지만, 그 중심에는 바로 가수 '백야성' 선배님이 있었습니다. '마도로스의 황제'라고 불렸던 백야성 선배님은 1960년, '마도로스 부기'를 히트시키면서 가요계의 혜성처럼 등장했는데요. '마도로스 부기'를 시작으로 '부두의 밤' '마도로스 맘보' '마도로스 기타' '마도로스 스윙' '마도로스 폴카' 같은 마도로스 곡을 발표하면서 '마도로스 가수'로 자리매김했고요. 무대에 설 때나 앨범 자켓을 찍을 때도 하얀색 마도로스 복장을 입고 등장했고, 그 모습은 백야성 선배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백야성 선배님은 광성고 3학년이던 1953년 공군에 입대했고요. 공군 군악대 소속으로 1기 선배인 후라이보이 곽규석 선배님과 함께 복무하면서 음악적 재능을 발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장기범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중앙방송국 노래자랑에 나가면서 가수로서의 가능성과 재능을 발휘했던 백야성 선배님은 전역 제대를 두 달 앞두고 군복을 입은 채 오아시스레코드 전속 가수 모집에 지원했는데요. 그곳에서 3일간의 테스트를 받고, 남자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고요. 작곡가 '이재호' 선생님으로부터 본명이었던 '문석준' 대신 '백야성'이라는 예명을 받아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백야성 선배님의 '마음의 이별', '왜 왔느냐' 등 두 곡이었는데요. '눈물 젖은 두만강'의 작곡가 이시우 선생님으로부터도 곡을 받았지만 크게 히트하지 못했고, 이후 작곡가 김초성 선생님의 곡 '무전타향' '왜 왔느냐' '낙타야 가자' 등을 발표했지만 역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때가 있다고들 하지요. 1950년대 말, '백조 가극단'에 입단해 무대공연을 펼치다가 우연히 도미도 레코드 대표였던 한복남 선배님에게 발탁된 이후, '백야성 선배님'은 그때부터 무명시절의 설움을 떨쳐내고 화려한 도약의 시간을 펼치게 됩니다. 한복남 선배님이 작곡한 노래 '마도로스 부기'를 시작으로 노래하는 곡마다 잇따라 히트했고요. 특히 '잘 있거라 부산항'같은 노래는 1965년 월남 파병으로 부산항을 떠나던 맹호부대, 청룡부대 용사들이 울면서 이 노래를 목이 쉬도록 불렀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백야성 선배님은 서울 출생이지만 전생의 고향이 부산이 아닌가 싶을 만큼 부산이 등장하는 노래와 마도로스를 테마로 한 노래를 많이 발표했는데요. 마도로스를 테마로 한 노래만 30곡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요.

 

 

"항구의 일번지 부기우기 일번지

그라스를 채워다오 부기우기 아가씨

고동이 슬피울면 이별이란다

저 달이 지기 전에 이 술이 깨기 전에

부기우기 부기우기 마도로스 부기우기

 

항구의 일번지 부기우기 일번지

인심을 쓰려무나 부기우기 아가씨

왔다 간 가야하는 마도로스다

저 달이 지기 전에 열정이 식기 전에

부기우기 부기우기 마도로스 부기우기

 

항구의 일번지 부기우기 일번지

소원을 들어다오 부기우기 아가씨

추억도 많고 많은 사나이란다

저 달이 지기 전에 고동이 울기 전에

부기우기 부기우기 마도로스 부기우기"

 

 

1960년 발표된 백야성 선배님의 '마도로스 부기'는 그 당시 유행했던 신나는 '부기우기' 가요들 중 하나인데요. 1950년대 후반부터 전쟁 이후 궁핍한 삶 때문에 힘들어하던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서 밝고 경쾌한 노래들이 등장했고요. 서구음악들의 영향을 받아 룸바, 탱고, 왈츠 등의 다양한 장르가 선보였는데, 그중에서 큰 인기를 누린 장르가 바로 '부기우기'였습니다. 윤일로 선배님이 '기타부기' '그라스 부기' '사랑의 부기' '강아지 부기' 등을 발표하면서 '부기우기' 붐이 일었고요. '마도로스 부기' 역시 가수이자 작곡가인 한복남 선배님이 경쾌한 부기우기 장르로 만든 곡이었지요.

 

'마도로스' 붐을 일으켰던 백야성 선배님은 1960년대 중반부터 김용만 선배님과 만나 명콤비를 이루면서 노래를 불렀는데요. '김군 백군' '왈순 아지매'처럼 주로 서민적인 생활 감성을 다룬 친숙한 노래를 많이 불렀고, 방송보다는 주로 극장무대에서 노래하면서 팬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더 많이 가졌습니다.

 

하지만 1966년, '예술 윤리 공연 심의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우리 가요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수많은 금지 조치를 당하는데요. 그중엔 백야성 선배님의 노래들도 있었습니다. 창법이 왜색 적이라는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마도로스 부기' 등 모든 노래와 가수활동이 금지된 백야성 선배님은 결국, 가수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노래하고 싶지만, 노래할 수 없었던 20여 년간의 안타까운 공백기를 보내고, 1986년에 금지곡들이 해금되면서 백야성 선배님은 다시 KBS 가요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선 백야성 선배님의 눈시울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요 팬들의 눈시울도 함께 붉어졌는데요.

 

시절이 고단해도 그 마음을 위로해주는 노래들이 있어서 우리는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지요. 푸른 바다를 향한 마도로스의 꿈을 노래하며 희망을 전해주었던 백야성 선배님의 멋진 모습을 떠올리면서 요즘 마음을 울적하고 무겁게 만드는 근심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슴 속 가득 채워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