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길

주현미 - 밀짚모자 목장아가씨 (1964)

松竹/김철이 2022. 7. 27. 17:48

주현미 - 밀짚모자 목장아가씨 (1964)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wKzV-AE8SfA

 

 

 

 

 

 

노래이야기

 

1960년대. 우리나라에는 삼천만의 꾀꼬리라는 별명을 가진 가수가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수는 약 5,163만 명에 가깝지만,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 인구수가 대략 3천만 명 정도였다고 하니까, ‘삼천만의 꾀꼬리라는 별명은, 말 그대로 삼천만 인구가 모두 사랑하는 가수라는 의미였는데요. 그토록 맑고 고운 목소리로 사랑받았던 주인공은 바로 가수 박재란선배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재란 선배님을 좋아했던 이유는 첫 번째로 상큼발랄하고 시원한 목소리가 매력적이었고요. 두 번째로는 박재란 선배님이 초창기에 노래했던 곡들 대부분이 밝고 긍정적인 행복송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쟁 이후, 그 시절 가요계에 주로 불렸던 노래들은 애수어린 멜로디와 회고적이고 향토적인 정서가 많았는데요.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큼하고 발랄한 목소리의 박재란 선배님이 노래한 밝고 사랑스러운 곡들은 사람들의 삶에 신선함으로 다가왔고요. 마치 봄날의 꾀꼬리 소리를 듣는 것처럼 대중들에게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박재란 선배님은 한명숙 선배님, 현미 선배님과 더불어 1960년대를 이끌었던 여가수 트로이카로 사랑받으면서 이미자 선배님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스케줄이 많은 가수로 손꼽혔다고 하지요.

 

박재란 선배님의 원래 이름은 이영숙이었는데요. 충청남도 공주 출신으로 천안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1953, 8군 언더그라운드 라이브클럽에 서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나이가 열다섯 살이었는데요. 이후,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박태준 선생님을 사부로 모시고 음악수련을 받으면서 박태준선생님의 영향으로 이름도 이영숙에서 예명인 박재란으로 바꿨고요. 1957. 열아홉 나이에 지역 음반사였던 대구 파라마운트 레코드에서 럭키 모닝이라는 첫 데뷔곡을 발표하면서 정식 가수로 활동하게 됩니다.

 

럭키모닝은 희망과 꿈을 노래하는 경쾌한 노래였고요. 상큼한 목소리로 이 곡을 노래한 박재란 선배님은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1960년에 해피 세레나데푸른 날개’, 1964년에는 밀짚모자 목장아가씨’, 1965년에는 전 국민이 사랑하는 노래 산 너머 남촌에는등의 밝은 노래들을 발표하면서 박재란 선배님은 아름다운 목소리의 "꾀꼬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미모의 톱가수로 사랑받게 됩니다.

 

그 시절, 박재란 선배님을 가리켜서 가창력, 음악성, 귀여움까지 다 갖춘 여자가수라고 극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요즘의 여자 아이돌 가수 못지않게 사랑받았던 박재란 선배님은 가수뿐만 아니라, 영화배우로도 활약했고요. 개인적으로 요즘과 비교할 때, 가수 아이유를 떠올리면 아마도 1960년대의 박재란선배님과 비슷할 것만 같습니다.

 

박재란 선배님이 노래한 여러 행복송중에서 이런 여름날에 들으면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 바로 밀짚모자 목장아가씨인데요. 이전까지 주로 작곡가 전오승 선생님과 곡 작업을 했던 박재란 선배님이 처음으로 작곡가 박춘석 선생님을 만나 발표한 곡이 바로 밀짚모자 목장아가씨입니다.

 

 

시원한 밀짚모자 포프라 그늘에

양떼를 몰고 가는 목장에 아가씨

연분홍빛 입술에는 살며시 웃음 띄우고

넓다란 푸른 목장 하늘에 구름 가네

 

라라라 라라라라 라 -

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 -

라라라라 라라라라

 

연분홍빛 입술에는 살며시 웃음 띄우고

넓다란 푸른 목장 하늘에 구름 가네

하늘에 구름 가네

 

 

1964년에 발표한 밀짚모자 목장아가씨는 작사가 전우 선생님이 예쁘고 고운 가사를 썼고, 박춘석 선생님이 경쾌하고 시원한 멜로디를 작곡한 노래인데요. 박재란 선배님의 상큼한 이미지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면서 여름더위를 잊게 만들어주는 경쾌하고 상쾌한 노래로 큰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박재란 선배님의 보컬은 노래에 따라 그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이 노래를 부를 때에는 가급적 바이브레이션이나 기교를 사용하지 않고, 맑은 목소리에 고음 부분에서 살짝살짝 매력적인 비음을 들려주면서, 담백하고 순수한 느낌으로 노래했고요. 이렇게 밝고 순수한 박재란 선배님의 노래들은, 전쟁 이후 피곤한 정치 현실에 찌든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고, 그 속에서도 희망을 얘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중복도 지나고, 올여름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요.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시는 분들도 많은 반면, 휴가는 미룬 채 오늘도 더위와 맞서며 일상 속에서 여름을 보내시는 분들도 많겠지요. 반드시 휴양지로만 떠나야 피서는 아닐 거예요. 비록 멀리 떠나지 못하더라도, 지금부터 청량한 노래 감상하시면서 탁 트인 푸른 목장과 뭉개구름, 그리고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나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