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아리랑 목동 (1955)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mmBqoN1_wYA
노래 이야기
오랫동안 사랑받은 좋은 노래들은 많은 가수들이 다시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다보면, 세월이 흐른 뒤, 그 노래의 원곡자가 누구인지를 대중들이 잘 모를 때가 있지요. 어떤 경우에는 리메이크한 가수가 원곡자인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는데요. 특히, 박단마 선배님의 노래중에는 이런 곡들이 참 많았습니다.
박단마 선배님이 열일곱살 때 불렀던 노래 ‘아이고나 요 맹꽁’은 박재란 선배님이 ‘맹꽁이 타령’으로 다시 불러서 사랑받았고요. 역시 1938년 박단마 선배님이 열일곱살 때 불러서 크게 히트한 노래 ‘나는 열일곱살이예요’는 훗날 신카나리아 선배님이 다시 불렀고요. 1954년에 발표한 ‘슈샤인 보이’는 이미자 선배님이 다시 불렀고, 1955년에 박단마 선배님이 발표했던 ‘아리랑 목동’ 역시 김치캣 선배님과 백일희 선배님이 다시 불러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모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혹자들은 이 노래들의 원곡가수가 박단마 선배님이 아닌, 다른 가수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생겼는데요. 그만큼 박단마 선배님은 당대 최고의 신민요가수였고, 그만큼 다른 가수들이 다시 부르고 싶어하는 좋은 노래들을 많이 발표한 주인공이었습니다.
1921년 개성에서 태어난 박단마 선배님은 어려서부터 연극무대에 섰고요. 1934년 경성방송국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면서 가수로서의 재능을 뽐냈는데요. 1937년 열여섯살이던 해에 이부풍 작사 전수린 작곡의 ‘상사구백리’, ‘날 두고 참말 진정’으로 데뷔했고, 열일곱살이었던 1938년에 ‘아이고나 요 맹꽁’에 이어 ‘나는 열일곱살이예요’를 발표하면서 인기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해방 이후 1954년에 ‘슈사인 보이’, 1955년에는 ‘아리랑 목동’을 불러서 큰 사랑을 받았지요.
특히, ‘아리랑 목동’은 6.25 전쟁이 끝난 후, 전쟁에 시달린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흥겨운 사랑노래였는데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작사가로 유명한 강사랑 선생님이 작사하고, 박춘석 선생님이 작곡한 신민요풍의 ‘아리랑 목동’은 많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전해내려온 구전민요라고 착각할 정도로 한국적인 흥과 멋과 정서를 담은 곡입니다.
“꽃 가지 꺾어 들고 소 멕이는 아가씨야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
몽매간(夢寐間)에 생각 사(思)자 내 사랑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아리랑 콧노래를 들어나 주소
남치마 걷어 앉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조롱조롱 달륭개가 제 아무리 귀여워도
야월삼경(夜月三更) 손을 비는 내 정성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아리랑 쌍피리나 들어나 주소
홍(紅)댕기 입에 물고 눈물짓는 아가씨야
팔팔 녹는 옥녀수가 제 아무리 깊어도
일구월심(日久月深) 물망초(勿忘草)라 내 정성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아리랑 상단(上段)이나 들어나 주소 ”
흥겨운 사랑노래였던 ‘아리랑 목동’을 신나는 응원가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학창 시절 이 곡을 단골 응원가로 부르면서 교복을 입은 채로 양옆에 친구들과 어깨동무하고,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움직이고, 다함께 앞으로 뒤로 허리를 굽혔다 젖혔다를 반복하면서 목청껏 불렀던 ‘아리랑 목동’을 불렀던 추억들이 있으실 건데요.
‘아리랑 목동’이 응원가로 사랑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63년 ‘김치캣’이 이 노래를 다시 리메이크하면서였습니다. 편곡을 새롭게 하면서 중간에 꽹과리 소리로 흥을 돋구는 부분이 포함되면서 원곡보다 좀더 신나는 곡이 되었는데요. 원곡은 3절까지 있었지만, ‘김치캣’은 2절까지만 노래하면서 ‘아리랑 목동’이 크게 히트했고요. 이후, 이미자, 나훈아, 하춘화, 백설희, 은방울자매 등등 많은 가수들이 1970년대에도 ‘아리랑 목동’을 다시 부르면서 ‘아리랑 목동’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곡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법도 하지만, ‘아리랑 목동’은 1980년대에 프로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들이 출범하자, 자연스럽게 응원가로 다시 재조명되면서 사랑받았고요. 그야말로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응원가가 되었지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아리랑 목동’을 불렀고, 5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십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보니, ‘아리랑 목동’은 맨처음 박단마 선배님이 발표했을 때의 원곡가사와 구전된 응원가의 가사가 다른 경우도 생겼는데요. 원래 가사에서는 '꽃 가지 꺾어 들고 소 멕이는 아가씨야' 이지만, 구전으로 전해진 응원가 버전에서는 ‘꽃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로 바뀌었고요. 원곡에서는 '몽매간의 생각사자'이지만, 응원가 버전에서는 ‘동네방네 생각나는’이라고 가사가 바뀌어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응원가로 워낙 유명한 곡이지만, 노래 가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같은 마을에서 소 먹이고 나물 캐는 아가씨를 흠모하며, 자신의 순정을 은근하게 전하는 목동의 마음이 정말 사랑스러운데요. 가사 중에 나오는 ‘몽매간’은 ‘꿈꾸는 동안’이란 뜻이고요. 2절에 나오는 ‘달륭개’는 ‘달래’를 뜻하는 방언이고, ‘야월삼경’은 ‘달이 뜬 밤 1시에서 3시’까지라는 뜻으로 깊은 밤을 가리키고, ‘일구월심’은 ‘날이 가고 달이 깊어도 오직 간절히 바란다’는 뜻으로 얼마나 성심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지 순박한 목동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랑 노래가 바로 ‘아리랑 목동’입니다.
그동안 ‘아리랑 목동’을 응원가라고 생각하면서 마냥 흥겹게 노래하며 좋아하셨다면, 지금부터는 원곡의 정서를 떠올리면서, 가사 한 소절마다 담겨있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쁘고 설레는 사랑노래로 ‘아리랑 목동’을 감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