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하숙생(1966)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aLkC7KbmHkQ
노래 이야기
1960년대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최희준 선배님’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최희준 선배님의 본명은 최성준이었는데요. 대학 3학년 때인 1957년, 서울대 법대에 재학중었던 시절. 장기자랑대회에서 법대 대표로 나가 ‘고엽’등의 외국 팝송을 불러서 입상을 했고요. 이것을 계기로 미 8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죠.
최희준 선배님은 처음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할 때만 해도 평생 가수의 길을 걸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고 해요. 미 8군 무대에서 노래하면 수입이 괜찮았기 때문에 취미활동으로 노래를 불렀는데요. 1958년 대학 졸업반 때 고시에 낙방한 다음, 진로 문제를 고민하다가 함께 노래하던 친구의 소개로 작곡가 손석우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 법조인 지망생이었던 ‘최성준’에게 운명의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새로운 목소리를 가진 신인가수를 찾고 있었던 작곡가 손석우 선생님은,
가수가 될 수 있도록 곡을 주겠다고 제안했고요. 1960년 명동의 어느 다방에서 ‘최성준’이란 이름 대신 ‘항상 웃음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희준’이라는 예명도 지어줬습니다. 그러고보면, 항상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최희준 선배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손석우 선생님이 작사작곡한 노래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가 전국적으로
히트하면서 최희준 선배님은 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게 됩니다.
‘서울대 법대 출신 1호 가수’라는 화제성과 함께 정감 있는 외모와 감미롭고 나직한 목소리로 최희준 선배님은 나이 불문, 성별 불문,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최희준 선배님이 활동했던 1960년대는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주제가의 전성기였습니다.
문화방송(MBC, 1961년), 동아방송(DBS, 1963년), 동양방송(TBC, 1964년) 등의 라디오방송국이 잇달아 개국하고, 본격적인 TV시대도 개막되면서
악극단 쇼는 조금씩 사라져갔고요. 본격적인 안방극장 시대가 펼쳐지면서 대중가요의 판도도 조금씩 바뀌어갔습니다.
특히, 그 당시 라디오 드라마는 인기가 높아서 항상 재방송까지 했었는데요. 드라마가 시작할 때와 끝날 때는 어김없이 주제가가 나왔고요.
하루에 네 번씩 꼬박꼬박 라디오에서 주제가가 전파를 타다보니까, 그만큼 사람들 귀에 익숙해지고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가들이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최희준 선배님 역시 1964년. 시각장애인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MBC 드라마 ‘진고개 신사’의 주제가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역시 1960년대 뒷골목 청춘들의 사랑과 고뇌를 그린 영화 ‘맨발의 청춘’의 주제가 ‘맨발의 청춘’이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제임스 딘’과 견줄 만큼 쓸쓸하고 고독한 반항아로 등장했던 신성일 선배님의 눈빛과
엄앵란 선배님과의 애절하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최희준 선배님의 노래 ‘맨발의 청춘’과 함께 오랫동안 전국민의 마음을 울렸는데요.
그 이후, 최희준 선배님은 60년대 생활상을 담은 서민 드라마 ‘월급봉투’,
사형수의 이야기를 그린 ‘뜨거운 침묵’, 젊은이들의 꿈과 야망을 그린
‘가슴을 펴라’ 등의 주제가를 노래했고, 그러다 1965년에 운명같은 노래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KBS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가였던 ‘하숙생’이죠.
드라마의 내용을 잠깐 소개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젊은 화학도인 남자와 미모의 아가씨는 결혼을 약속합니다. 아코디언을 연주할 정도로 음악재능이 뛰어난 남자는 약혼 기념으로 노래를 작사ㆍ작곡해서 여자를 만날 때마다 들려주는데요. 그 노래가 바로 주제가인 '하숙생'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남자가 근무하는 화학실험실에 놀러간 여자는 실수로
화재사고를 냈는데요. 남자는 여자를 구했지만, 얼굴과 온몸에 흉측한
화상을 입게 되죠. 하지만, 미스코리아로 뽑힌 여자는 약혼자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맙니다. 결국, 복수심에 불탄 남자는 성형수술을 하고 여자가 사는 옆집에 하숙하면서 복수를 위해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하숙생'을 부르죠. 여자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말이죠. 결국 여자는 미치게 되고 남자는 복수에 성공했지만, 연민의 정에 괴로워하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1960년대 드라마였지만, 마치 ‘아내의 유혹’같은 배신과 복수와 스릴이
넘치는 스토리가 아주 흥미진진하죠?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한 극작가 김석야 선생님이 작사하고, 김호길 선생님이 작곡한 주제가 ‘하숙생’은 드라마와 함께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요.
다음해에는 정진우 감독님에 의해서 신성일, 김지미 선배님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
우리의 인생을 하숙생에 빗대 표현한 ‘하숙생’은 라디오 드라마가 처음 방송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고요. 그래서,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해요. 1965년 말, 전남 여수의 한 공연장에 도착한 최희준 선배님에게 ‘하숙생’을 불러달라는 관객들의 요청이 쇄도했고요. 순간 최희준 선배님은
난감했다고 합니다. 왜냐면, 녹음 때만 불렀기 때문에 아직 가사를 미처
외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최희준 선배님은 일단 관객들에게 사과를 한 다음, 그날 저녁 방송되는 라디오 드라마를 잠깐 들으면서 가사를
부랴부랴 외웠고요. 다시 무대에 돌아와서 ‘하숙생’을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드라마가 시작한 지 단 5일만에 벌어진 일이었죠.
1966년 정식 음반으로 발표된 ‘하숙생’은 방송을 틀면 어김없이 흘러나와서 세간엔 우리나라에 가수가 최희준밖에 없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이 노래로 최희준 선배님은 제1회 MBC 10대 가수상 시상식에서 가수왕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하숙생'의 가사와 멜로디도 참 좋지만, 이 노래가 명곡으로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최희준 선배님의 은근하고 다정하고 구수한 목소리와 창법이 근사했기 때문이라고요. 실제로 최희준 선배님의 음악적 포용력은 대단해서, 당시 대중들에겐 생소한 재즈의 스윙 리듬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노래들을 발표하며 끝없는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대중음악의 폭을 넓히는 데 앞장서셨죠.
'가수 출신 정치인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화려하게 여의도까지
진출하셨지만, 실제로는 매우 소박하고 서민적인 캐릭터로 사랑 받았던
최희준 선배님은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늘 자신의 지역구가 둘이라고 강조하셨다고 하죠. ‘하나는 자신의 지역구인 안양 동안갑구,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가요계’라고 할 정도로 가요계를 사랑하고, 후배에게 귀감이 되어준 분이셨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밝고 유쾌한 성격과 푸근한 미소로 노래하는 최희준 선배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언제나 우리들의 아버지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같습니다.
무대에서 ‘하숙생’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래. 과연 인생이 뭘까?’라는 질문을 매번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노래했다는 최희준 선배님은
그래서, ‘하숙생’의 가사처럼 부담없이 미련없이 인생을 살았고,
그러다보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과연 우리네 인생은 무엇일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오늘.
최희준 선배님의 푸근한 미소를 떠올리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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