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깊은 만남|겸손기도 마진우 신부님

松竹/김철이 2021. 5. 17. 17:20

깊은 만남

 

                              겸손기도 마진우 신부님

 

 

좋은 스승은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제자가 있을 때에 좋은 스승도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무언가를 전해주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는 소수이고 대부분은 그냥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저에게도 많은 이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꽤나 저와 오랜 시간을 머문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입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었지요. 반면 아주 가끔 마주치는데도 저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만남의 실질적인 '시간'은 부수적인 요소입니다. 수압이 세면 짧은 시간이라도 충분히 많은 물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해주려는 이와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만나면 적은 시간이라도 많은 가르침이 건너갑니다. 많은 걸 들어서 배운 게 아닙니다. 아는 걸 실천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수많은 성인들은 고작 성경 몇 구절 밖에 외우지 못했지만 그것을 충분히 자신의 것으로 삼아 실천하면서 다른 누구보다도 드높은 영적 진보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수많은 '수도회' 들의 저마다의 모토 역시도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영성의 '가난'이나 베네딕도회의 '기도와 노동' 처럼 정작 그들의 핵심 영성은 단어 몇 개로 추려집니다. 남은 것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실현이지요. 우리는 예수님을 어떻게 만날까요? 오늘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가 되지 않도록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