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당당하게 바라보는 눈

松竹/김철이 2020. 8. 18. 09:01

당당하게 바라보는 눈

 

 

넓은 초원에 소를 방목하는 아프리카에서는
사자나 표범 등의 맹수가 소를 잡아먹는
일이 항상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축을 맹수에게서
지키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사자가 초원의 소들을 향해
살그머니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고양잇과 동물은 사냥감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은밀히 다가가 단숨에 기습하는 방식으로
사냥합니다.

들키지 않고 소의 등 뒤에 접근한 사자는
소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 순간 커다란 눈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기습에 실패한 사자는 미련 없이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소는 사자가 다가온 것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사자가 마주친 그 커다란 눈은 실제 눈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 엉덩이에 그려 넣은
눈이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 북서부 오카방고 삼각주 지역은
풍요로운 생태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야생동물이 보호되고 있지만, 사자와 표범 등이
주변의 가축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입니다.

이를 위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의 연구진은,
가축을 공격하는 사자나 표범 등이 사냥을 할 때,
목표물과 눈만 마주칠 때 포기하는 사례가 있어서
소 양쪽 엉덩이에 눈 그림을 그려놓고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4년 동안 엉덩이에
눈 그림을 그려 놓은 소는 사자의 습격이 거의 없었고
또한, 눈 대신에 커다랗게 ‘X’ 표시를 해놓은
소들도 습격이 적었다고 합니다.

 

때로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보다
말없이 바라보는 눈빛이 더 강력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가짜 눈이 주는 착시효과라도
말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작동이 되지 않는
속도 단속기 앞에서 차의 속도를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오늘의 명언
나는 현실 세계에는 없는 풍경을
계획하고 만들어 낸다.
– 에릭 요한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