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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자녀, 코로나 감염될까 봐…’ 돌봄지옥에 갇힌 어머니들

松竹/김철이 2020. 3. 24. 16:57
‘발달장애인 자녀, 코로나 감염될까 봐…’ 돌봄지옥에 갇힌 어머니들
정의당, 국회 본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인·가족 피해증언대회 열어 
심상정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장애인·가족 위한 특수매뉴얼 정부에 건의할 것”
등록일 [ 2020년03월23일 16시08분 ]

2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정의당이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인·가족 피해증언대회를 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힘들게 끌어오던 내 아이와 나의 삶이 통째로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 장애부모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택하고 싶지 않습니다. 돌봄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대구에서 발달장애인 자녀와 자체 격리중인 A씨)

 

23일 오전 11시, 정의당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인·가족 피해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피해증언대회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배복주 정의당 선대위 코로나19민생대책 공동본부장,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장, 강복순 부모연대 서울지부 부회장,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피해자 증언을 위해 참석한 김종옥 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더 힘들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며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전국의 장애인 부모들에게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물어보면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가족이 대신 마스크를 사러 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묻지만, 부모가 집 밖에 나가는 순간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마스크도 사지 못해 집에만 갇혀있는 상황”이라며  장애인에게 마스크를 지원해주기를 호소했다. 

 

강복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회장이 대구에 거주 중인 한 발달장애인 자녀의 어머니 A씨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이가연
 

강복순 부모연대 서울지부 부회장은 현재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 발달장애인의 어머니 A씨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편지를 통해 “지난 2월 24일부터 대구지역은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돌봄 관련 기관들이 전면 휴관을 한 상황이며, 세 곳의 특수학교에서 긴급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의 특성상 안전 및 위생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곳으로 자녀를 보낼 수 없어 생계를 포기한 채 자녀와 24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발달장애인 자녀가 자가격리 되거나 확진자가 될 경우, 아무런 지원이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활동지원사조차 집으로 들이지 못하는 등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녀가 그동안 힘들게 익혀온 생활 패턴과 사회활동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될까 두렵다”며 정부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돌봄 대책을 촉구했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장애계가 더욱 분노한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 이미 예견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5년 전, 메르스 때도 장애인이 자가격리되자 활동지원이나 적절한 대처를 받지 못한 일들을 겪으면서 2016년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재난관련법에는 안전에 취약한 계층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터진 시점에도 장애인에 대한 언급이나 명확한 내용이 없다”면서 감염병과 관련해 장애인을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매뉴얼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지난주, 제주에서 발달장애 학생과 어머니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지금도 중증장애인들이 정부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자가격리된 채 생존의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해 방역당국도 장애인의 특수한 조건에 맞는 방역 및 예방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심 대표는 지난 17일, 11조 7천억 원 규모의 추경이 통과되었지만, 장애인과 장애인 활동지원 등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장애인이 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활동지원에 대한 전액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출처:비마이너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