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松竹/김철이 2020. 2. 26. 09:16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강론듣기 - https://www.youtube.com/watch?v=fODrh1bFTdk


재의 수요일입니다. 머리에 재를 얹고 시작하는 사순절의 첫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올해는 성전에서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지 못합니다. 저마다 자기자리에서 시작하는 사순절이지만 그 의미는 오히려 더 커지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사랑을 따라 걷는 40일의 여정과 주일마다 그 결과가 가져온 구원의 열매를 확인하는 사순절이기 바랍니다. 사람의 생명의 가치가 더욱 소중해진 시기이니 말입니다. 



자신을 내세우려 마음을 품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가르침이 재의 수요일에도 계속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다툰 이유의 근본을 고쳐주려 하십니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이 지녀야 할 근본 자세를 이야기해 주시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사람들이 자신을 내세우려는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납니다. 






'자선을 베풀 때,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나팔을 불고'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으로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리는...'





보이는 곳에서,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방법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한 것은 자선과 기도와 단식입니다. 자선은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베푸는 사랑이고, 기도나 단식은 하느님께 드리는 정성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여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해서 한 것이 됩니다. 




우리가 살면서 하게 되는 모든 일들의 모습은 거의 그 목적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어떤 행동과 말을 할 때 또 어떤 식으로든 신앙생활을 하게 됨에 있어서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아 섭섭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자신을 위한 것으로 마음을 가져버린 것을 말합니다. 




이것에 하느님과 대상과 자신의 지분을 나누는 것은 전혀 옳지 않으며 그럴 수도 있는 일은 없습니다. 곧 그것은 솔직히 자신을 위한 행동일 뿐입니다. 기도는 하고 있으나 그 기도하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선을 베풀지만 그것을 내밀고 있는 자신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이 당부하신 자세들은 들릴리가 없습니다. 그들은 그런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근본은 이 말씀 안에 담겨 있습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아버지는 모든 것을 아신다는 뜻일테고 그것은 사람의 근본을 뒤흔드는 말씀입니다. 특별히 마음 안에서 이기적인 또는 교만한 생각을 품는 이에게는 그 밑바탕을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들이 자선과 기도와 단식의 모습을 바꿀 것이 아니라 근본을 바꾸어 참 사랑의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틈만 나면 다투고 싸워 이기려 하고, 또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에게는 깃을 세우고,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는 최대한 굴욕적인 자세를 하면서도 그것조차 자신을 내세우는 도구로 삼는 이들은 잘 새겨 들을 이야기입니다.



사순절 우리의 기본도 숨은 일을 보시는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과 우리도 아버지처럼 그렇게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