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松竹/김철이 2020. 2. 21. 20:24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제 십자가를 진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익숙한 편입니다.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말에 대해 우리가 모델로 삼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그렇다면 이 십자가를 생각할 때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해야 이해할 수도 또 감당할 수 있는지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수님의 십자가에는 '고통'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고통을 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예수님을 '고통'이라는 단어 속에 가두어 버리는 것은 예수님의 전 생애를 왜곡시키는 행동과 같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셨지만 그 십자가가 예수님에게는 주어진 고통이 아닌 이 세상이 구원 받기 위해 필요한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오르신 이유는 세상을 '행복하게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생애를 '복음'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분의 모든 것과 그분 곁에 있던 이들의 삶이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착한 사람이 내 곁에 있고, 나를 위해 나보다 더 많은 걱정과 사랑을 하는 이가 옆에 있음이 우리가 누리는 그 어떤 것보다 큰 행복입니다. 주님의 행복은 우리가 그분 곁에 있음이었고 또한 우리의 기쁨도 하느님이 나와 함께 있고 우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그것을 막고자 한 이들이 십자가를 예수님께 짊어지게 했습니다. 당연히 사랑하는 이를 위해 져야 하는 십자가니 예수님에게 십자가는 고통만일리 없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십자가를 지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나도 고통받았으니 너희도 고통받으라'고 말씀하실까요? 그게 '제 십자가'일까요? 예수님의 생애는 고통이 아닌 행복한 생애셨습니다. 그분에게 고통을 안기고 그분의 사랑을 막으려 한 것이 십자가였지만 예수님은 그 위에서도 우리를 걱정하셨고 하느님께 우리를 위한 증언으로 당신의 생애를 마감하셨습니다. 곧 고통으로 막아서지 못한 증거가 십자가입니다. 


우리의 십자가는 예수님을 따라가는 걸음이자 삶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고통을 말하며 십자가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분의 고통을 흉내내는 의미 없는 삶을 살 뿐입니다. 그분은 사랑이셨고 그분의 인생과 그분과 함께 한 우리의 인생도 기쁨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제 십자가는 우리가 목숨을 걸어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과 삶을 위해 지는 당연한 수고요 짊만한 수고입니다. 


그러므로 제 십자가를 져야 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셔야 합니다. 고통이 우리를 막을 수 없을만큼 사랑하는 것. 그것이 십자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