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따라 삼천리
松竹 김철이
시절은 아직 차가운데
할 일 많은 봄 들녘 서성이던
실바람
서슬 시퍼런 동장군 칼춤이 두려워
언 하늘이랑 속 깊이 잠자던
일비 몇 오라기 흔들어 깨워
완도의 외로운 해변 언저리
동백꽃 꽃 마음을 심더라
매미 울음들 들리지 않는데
사지가 축 늘어진 나뭇가지 꼴상이 꼴사나워
나그네 걸음으로 마냥 떠돌던
산바람 몇 점,
시절 잠자던 잠비를 나무라 깨우니
하늘의 촛불 오도산 계곡마다
피나물 진노랑 꽃가루를 한껏 뿌리더라
쥐꼬리만 한 시절 해 자락이
못내 원망스러워 더욱 바쁜 갈바람
몇 걸음 멈춰 서서
온 들녘 여유로 이 내리던
떡비를 불러 모아
너른 바다 그리워
아래로 내려다볼 높은 산 넋으로 피었을까
설악산 천왕봉 존귀한 닻꽃을 피우더라
서두르는 동장군 위세는
앞창, 뒤창을 넘보는데
신명 난 황소바람 매서운 바람 꼬리 세차게 휘둘러
잠시 쉬던
작달비 거세게 퍼붓게 하여
두지나루 황포돛배
왕복 6㎞를 아픈 심정으로 노 젖던 뱃사공 더욱 서럽게 하고
겨울을 닮은 임진강 어름치,
동지섣달 북풍한설로 마냥 내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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