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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작 골목 이야기 -제1화 첫걸음-

松竹/김철이 2017. 11. 6. 14:41

연작 수필 5부작 골목 이야기

                 제1화 첫걸음

 

 


 동장군이 휘두른 칼바람이 매섭게도 몰아치는 겨울이 찾아오면 좁은 골목길 한 어귀에 군고구마 장수의 드럼통 속에서 하얀 연기가 폴폴 피어나오는 풍경과 더불어 여름으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성급한 악동들이 벌거숭이로 마을 냇가에 뛰어들어 미처 오지 못하고 한 걸음 뒤처진 여름의 갖가지 모습을 불러모으며 한껏 긴장한 송사리떼를 희롱하듯 우리들의 기억력을 희롱하는 추억의 끈을 놓지 못한 우리가 ‘골목’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느낌은 따스하고 훈훈한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 같다. 넓고 시원하게 탁 트인 팔 차선 대로도 좋지만, 때로는 좁은 골목길이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운치를 더해주기도 한다. 지금부터 이웃 사촌의 눈과 귀와 입을 빌려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골목을 찾아 복잡한 도회지 생활에서 잊고 살았던 작고 소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아볼까 한다.

 


 가장 처음으로 여행할 골목길은 유럽 남부에 자리 잡은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한 골목에, 스페인은 붉은 치마를 입고 추는 플라멩코와 잔뜩 화가 난소가 붉은 천으로 흥분시켜 유도하는 투우사의 몸놀림으로 격렬하게 돌진하는 투우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달리 스페인에도 아주 아름다운 골목길이 있다는 사실은 색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첫 번째 목적지로 스페인 톨레도를 들러보기로 하자. 톨레도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여 (약 7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작은 근교 도시라고 한다. 이곳은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수도가 되기 전, 서고트 왕국의 수도이기도 했으며 철제 생산과 검 제작으로 유명한 도시였다고 전한다.

 


 세계 여행객들이 바라본 톨레도의 첫인상은 황갈색 도시라 표현했다고 한다. 오래된 건물들을 시대별 상황 변화에 따라 쉽게 허물거나 다른 형태로 변형시키기보다 세월의 흔적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가며 지켜온 묵직한 색감이 도시를 뒤덮고 있는 듯 보였다고 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양쪽 벽면은 매끈하게 단색으로 칠해진 페인트나 시멘트의 흔적 대신, 조금은 허술해 보이지만, 찾지 못할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노란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지만 이 또한 도심지에서 보는 것처럼 채도가 높고 화려한 원색이 아닌, 묵직하고 단단한 색감으로 보였다 한다. 칠이 벗겨지기도 하고 여러 차례 덧대고 매만진 흔적들도 남아있었지만, 이런 풍경이야말로 시간’이 가지고 온 사실적 빈티지의 풍경이 아닐까 도시 전체가 노란색을 띠고 있고 거기에 더하여 작은 상점과 레스토랑들은 아기자기한 멋을 살려 골목길의 운치를 느꼈다 한다. 대성당을 기준으로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골목길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갈색의 색감은 여느 길에서도 공통으로 존재했으며 톨레도의 골목은 갈색과 노란색이 자아내는 ‘시간의 흔적’과 같은 공간이었다 한다.

 



 유럽 대륙에서 이번에는 다시 바다를 건너 캐나다로 넘어가 보는데 막혔던 숨이 탁 트이고 대자연이 살아있는 캐나다. 로키 산맥과 같이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고 온전한 자연의 이미지로 보존된 유명한 명소가 있는가 하면, 캐나다의 크고 작은 도시들도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뽐내고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주로 알려진 ‘퀘벡’의 어여쁜 골목길을 여행하기로 하는데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세계 뭇사람들의 시야를 유혹하는 퀘벡 시티로 함께 떠나보기로 한다. 캐나다 퀘벡 주는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퀘벡시티는 이러한 유럽적 취향과 정서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도시이기도 하단다. 중세 프랑스풍의 거리 분위기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주민이 불어를 모국어로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어 캐나다 속의 프랑스로 불리기도 한단다. 옛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가 서로 조화를 잘 이룬 도시로 문화와 예술 방면에서 뛰어난 곳이기도 하단다. 

 프티샹플랭 거리는 올드 어퍼타운 언덕에서 가파른 계단 아래로 이어지는 로어타운의 좁은 골목길이란다.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서면 아기자기한 상점과 레스토랑, 퀘벡의 토산품을 판매하는 가게 등이 들어선 거리가 나타나고 건물의 창과 상점의 테라스는 다양한 꽃들로 장식되고 상점마다 개성 있는 간판을 내걸어 거리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관광시즌이 되면 거리 곳곳에 악사들의 연주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며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퀘벡시티의 명소라고 하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답게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유난히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던 퀘벡 시티. 거기에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장식이 더해지면서 거리는 마치 정성스럽게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한 느낌이라 한다. 거리 곳곳에 바이올린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빨강 노랑 어여쁜 색이 가득한 캔버스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화가들의 예술혼이 살아있는 곳. 퀘벡 시티에서 아름다운 ‘예술의 골목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동유럽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로 손꼽히는 체코 프라하. 많은 사람이 체코의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수도인 프라하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은 프라하에서 약 네 시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근교 도시를 한군데 더 소개해 볼까 한다. 작은 강줄기가 도시를 에워싸고 흐르며 갈색 지붕이 뒤덮은 작은 도시에는 골목을 하나씩 돌아 들어설 때마다 정겨움이 가득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체코의 동화 같은 마을 체스키크룸로프의 멋진 골목길 여행을 타인 영혼의 등에 업혀 떠나 보기로 하자. 프라하에서 네 시간 거리인 체스키크룸로프. 버스 정류장 근처 낮은 언덕에 올라섰을 때 도시 전체가 한눈에 다 내려다보일 정도로 규모는 작고 아담했지만, 적갈색 지붕이 뒤덮은 도시의 첫인상은 ‘멋스러움’ 그 자체였다. 체코가 공산 국가였던 시절에는 그저 낙후된 도시에 불과했던 체스키크룸로프는 1992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삼백여 개 이상의 건축물이 문하 유족으로 등록되었으니 도시 전체가 유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중세 마을의 특징이 가장 잘 살아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체스키크룸로프는 다른 중세 도시들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이 좁은 길은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과 카페가 가득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마을 크기가 아주 작고 포장이 되지 않은 투박한 돌길이라 자연스레 걸음의 속도도 늦추어진다. 해마다 팔월이면 축제가 열리는데, 마을 사람들 절반 이상이 르네상스 시대의 옷을 입고 거리공연을 하고, 바로크 시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회나 18세기 귀족들의 가면무도회가 열리기도 한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통 좁은 골목길이 이어지는 이곳에선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보며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서 골목길을 천천히 둘러보는 여행은 삶의 속도를 늦추는 여행 같기도 하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시에서 현대적이고 도회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대도시의 삶에 지쳐 갈 땐 이렇게 골목이 예쁜 도시로 찾아가 느리고, 여유롭고 또 아기자기한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생활에 쫓겨 인생의 소중한 존재마저 잊고 사는 사이로 인생의 바거미가 침투하여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는 사실도 모른 채 쉴 새 없이 흐르다 부족해 통째 뛰어넘는 시간의 미치광이 춤사위에 놀아나고 있다. 일주일에 몇 시간 인생의 여유를 위해 투자한다 하여 당장 죽는 것도 아닐 터, 지치고 피곤할 때마다 포근한 어머니의 품과 같고 어린 시절 옛동무들의 우정과 같은 골목을 찾아 넉넉하고 여유롭게 거닌다면 분명, 그 시간만큼은 삶의 활력소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