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7화 숨 막히는 바다 -
김철이
갖가지 모습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새들과 작별을 하고 또 다른 여행지로 흘러가는 동안 동글이는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본디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호기심이 많아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었던 동글이는 자신이 태어났던 물의 나라가 아닌 더 넓은 세상의 모습과 표정들을 어린 마음속에 죄다 담아보려는 단순한 욕심으로 세상 구경을 나섰지만, 지금까지 흘러오면서 몇 분류의 생명체를 만난 나머지 세상 구경을 정말 잘 나왔다는 생각과 티 없이 깨끗하고 순수한 물의 나라에서 아빠 엄마 사랑을 받으며 친구들과 뛰놀지 왜 갖은 욕심 다 부리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세상에 흘러와서 옥수 같은 마음에 때를 묻히느냐며 심하게 꾸짖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코피를 흘리며 치열하게 싸웠어요.
그러나 동글이는 앞으로 더 많은 세상 구경을 하는 동안 더 크게 마음 아픈 일도 접할 수 있을 테고 보지 않아야 할 모습도 볼 순 있겠지만,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반성해야 할까를 마음에 새겨서 고향으로 가져가 물의 나라 임금님께 아뢰고 물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 모든 생명체에게 상과 벌을 내려야겠다는 결심으로 그래도 세상 구경은 잘 나왔다는 생각에 승리의 손을 들어주었어요.
동글이가 이런 저러한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떤 물의 무리에 휩쓸려 아주 큰 바다로 흘러오게 되었어요. 정신을 차려 사방을 살펴보니 짭짤한 갯내음이 코끝을 살살 간지럽히고 있었고 허공을 날며 쉴 새 없이 끼룩거리는 갈매기 울음소리가 귓전을 맴돌았어요. “저 갈매기는 무엇이 갖고 싶고 무엇이 못마땅해 저렇게 울어댈까”하는 생각을 할 때쯤이었어요. 너른 바다 한 켠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크고 작은 바닷물고기들이 쉴 사이 없이 오가는 바다 한가운데서 몸집이 아주 작은 두 마리 물고기가 입에 거품을 문 채 크게 다투고 있었어요.
오징어: “애! 멸치야! 나랑 놀자”
멸치: “싫어, 싫어 싫다는데 왜 자꾸 이렇게 따라다녀!”
오징어: “너 참 이상하다.”
멸치: “내가 뭘”
오징어: “어제까진 네가 먼저 나랑 놀자며 졸졸 따라다녀 놓곤”
멸치: “아~ 그거 그런데 어쩌지 우리 아빠가 너랑 놀지 말래”
오징어: “왜? 이유가 뭐래…?”
멸치: “으응~ 뼈대 없는 가문 애랑은 놀지 말래”
오징어: “꼴값은… 기가 막혀서 이 넓고 큰 바다에서 몸집이 가장 작아서 다른 고기들에게 늘 업신여김이나 받는 주제에 뼈대는 무슨”
멸치: “너,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네 말이”
오징어: “넌, 참 좋겠다. 뼈대 있는 가문에 태어나서”
멸치: “너, 지금 내 말에 비꼬는 거야. 꽈배기처럼”
오징어: “비꼬긴 누가? 옳은 말 아냐”
멸치: “아무튼 미안해. 그러니 앞으로 날 만나도 모른 채 해 주렴”
오징어: “흥! 알았으니 염려하지 마! 아무리 뼈대 없는 가문이라도 자존심은 있다고 이 넓고 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너처럼 몸집이 작은 물고기가 눈에 잘 띄기나 하겠느냐. 바이!”
멸치와 오징어의 다툼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났던 동글이는 피식 웃으며 몸을 돌리려 할 때였어요. 어디서 밀려왔는지 쾌쾌하고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맴도는가 싶더니 시커먼 기름 때가 바닷물에 실려 몰려드는 것이었어요. 동글이 눈으론 난생처음 보는 모습이라 동글이처럼 같은 물방울인 줄로 착각하고 반가운 마음에 기름 때와 섞여 악수하려고 흘러가려 할 때였어요.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 동글이를 다급히 불러댔어요. 동글이를 부르는 목소리는 한 생명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생명체가 애타게 불러대는 아우성이었어요.
꽁치: “애! 넌 그리로 가면 안 돼!”
명태: “그래 넌, 절대 게네들과 섞이면 안 되는 거야!”
갈치: “세상엔 어울릴 것이 있고 절대 어울리지 말아야 할 게 있는 거야”
낙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말도 있잖니”
문어: “너, 배들이 오가며 흘린 문자 주워듣고 많이 유식해졌는데”
쥐치: “너희 지금이 농담할 때냐! 제발 때와 장소를 좀 가려 농담하자 응!”
우럭: “맞아. 쥐치 너, 오래간만에 옳은 말 한번 했다.”
동글이: “너희가 말로만 듣던 바다에서 생활하는 바닷물고기들이로구나”
고등어: “그래… 우리가 바닷고기들이지”
청어: “넌 동글이 맞지? 그 치”
동글이: “아니 너희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아…?”
동글이는 넓디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난생처음 만난 바닷고기들이 자기를 알아버리자 어리둥절하고 신기했어요. 동글이가 물의 나라 수나라에서 형제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아빠 엄마 몰래 나왔으니 동글이 행방을 알고 있는 이는 함께 나온 물방울 형제들과 동글이가 수나라를 형제들과 세상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아신 아빠 엄마뿐이실 거라 여겼었는데 말이에요.
광어: “으응~ 좀 전에 한 무리의 물방울이 이곳을 흘러가며”
숭어: “네 이름을 들먹이는 걸 들었거든.”
동글이: “아~ 그랬었구나! 그런데 왜 제들과 인사라도 하려니 말렸어?”
농어: “넌, 제들과 어울려서도 안 되지만 인사도 해서는 안 되는 거야”
동글이: “왜 안 되는 건데? 제네도 나처럼 물방울 아냐…?”
겉으로 보기엔 물고기들이 가리키며 말하는 생명체와 동글이가 엇비슷한 물방울 같은데 왜 어울리면 안 된다는 건지 궁금해하며 동글이는 물고기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어요.
삼치: “천만에 동글이 넌 세상 뭇 생명체들의 생명수이지만,”
참치: “제들은 겉으로 보기엔 너와 같은 물처럼 보이겠으나”
가오리: “제네는 사람들이 과학의 힘으로 땅속에서 개발해낸 기름이란 건데”
멸치: “사람들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다 못쓰게 되니 내다 버린 폐유라는 거야”
동글이: “폐유…?”
방어: “그래 폐유… 저놈의 폐유 탓에 우리 몸이 이 모양이 되지 않겠니”
세상에 태어난 이후 줄곧 물의 나라 임금님이시고 왕비님이신 아빠 엄마의 슬하에서 고이고이 사랑받으며 물의 궁전 안에서만 생활하던 동글이의 눈과 귀에는 온통 낯선 모습 낯선 말들뿐이었어요.
폐유라는 낯선 말을 들은 동글이는 저렇게 너른 바닷물에 헤엄치며 생활하는 물고기들이 그깟 폐유 탓에 살아가는 생활에 무슨 지장이 있담, 하는 생각으로 폐유가 얼마나 무서운 생명체길래 물고기들이 저다지 두려워하며 원망하는 걸까 싶어 물고기들 곁으로 바싹 다가가 물고기와 폐유라는 생명체와 무슨 좋지 않은 사연이 있었는지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어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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