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자료 모음방/동래구 IL센터

이용자와 보조인 봄나들이 겸 문화체험 나들이 후기

松竹/김철이 2015. 6. 2. 17:13

우리의 생활을 장미꽃처럼

 

거리를 논하지 않아도 중증 장애인들이 나들이한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철부지 어린아이들도 능히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며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닌 수십 명의 장애인이

동시에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손길과 희생이 필요하다.

전, 수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수십 명이 넘는 중증 장애인들이 동시에 나들이를 한다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나 그런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일의 가교 구실을 해야 하는 것이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의 본분임을 한결같이

인지하고 있는 동래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는 이러한 본분을 다하기 위하여

계절의 여왕 오월, 나름대로 바깥출입에 알레르기를 지닌 중증 장애인들의 마음속에서

실생활에 백해무익한 바깥출입의 알레르기 뿌리를 통째 뽑아내 주기 위한 일환으로

이용자와 보조인 봄나들이 겸 문화체험 나들이를 진행하였다.

 

2015년 5월 26일은 우리 동래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가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 역사에 있어 긍정적인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거동하기 불편하고 어눌하다는 이유로 마냥 주저앉으려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한편 손과 발은 물론 모든 행동의 수족 역할을 해줄 활동보조인과

봉사자들을 동반하여 꽃 중의 꽃 장미축제가 절정에 다다른 울산 대공원으로

활동 이용자와 보조인 봄나들이 겸 문화체험 나들이를 다녀왔다.

 

출발 예정시간이 가까워지자 거동이 심하게 어눌한 중증 장애인들과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들과 전, 수동 휠체어의 도움을 받으며

출발지인 동래 지하철역 3번 출구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들의 표정 속에선 미지에 대한 설렘과 이름 모를 불안감이 미세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저상버스와 일반버스 두 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한 시간여 달려

장미축제가 절정에 오른 울산 대공원에 도착하였다.

울산 대공원 정문에 들어서자 매혹적인 장미 향이 코끝을 유혹했다.

도착하여 먼저 먼 길을 오느라 고달픔에 시달려야 했을 시장기부터 달래느라

우리 센터와 자매결연을 한 봉사단체

“아름다운 동행”에서 정성껏 준비해준 밥과 갖가지 반찬들로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도보로 장미축제가 열리고 있는 울산 대공원 내 부대시설을 두루 구경하였다.

전 세계 장미라는 장미는 총집합을 해놓은 듯이 그 이름만 하여도 수를 헤아릴 수 없었고

생김새와 짙은 향기 또한, 기억에 다 담을 수 없었다.

장미 향에 취한 우리 일행은 동물원과 갖가지 전시관을 관람하였다.

여러 종의 동물이 있는 동물원에서는 훈련이 잘된 각종 새와 장애인들이

무언의 대화를 속삭이는 듯하였다.

식물관과 곤충관에서는 전 세계 식물과 곤충의 생태계를 접하였고

파충류 관에서는 전 세계 파충류의 종류와 생태계를 접하였다.


갖가지 아쉬움을 뒤로 남긴 채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걸음 버스 안에서

각자 체험한 얘기들로 추억 속의 갖가지 장미꽃을 피웠다.

이번 나들이에서는 왠지 뒤로 밀려난 느낌을 주었고 왠지 움츠려야 했던

중증 장애인들의 마음속에 바깥나들이에 대한 자신감과 우리도 합심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불러일으켜 준 계기가 되었음을

나들이에 참여한 장애인들의 표정에서 능히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