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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전국 장애인 대회 후기/우리는 세상에 외친다

松竹/김철이 2015. 4. 20. 12:48

우리는 세상에 외친다


 

삼월 이십육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하나둘 모여든 장애 운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정환 열사, 최옥란 열사 정신계승! 326 장애빈민대회에 이어 “가자! 총투쟁으로!” 라는 표어를 내건

제11회 전국장애인대회가 그 대단원의 문을 열었다.

행동하는 성소자 인권연대도 무지개 깃발을 들고 이 행사에 함께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대회에 참가한 장애 운동가와 연대 단체 동지들은 이구동성 

'부양의무제 폐지'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며 "장애인과 빈민 모두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원한다"고

목청이 터져라. 삼월 하늘을 우러러 호소하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각종 부스가 개최되었고,

가난과 차별로 천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간 동지들을 기리는 추모제가 진행되었다.

가난한 삶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죽음의 사회라 하여도 과히 틀린 표현이 아니라는 것인데

삼백육십오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 때문에 그리고 계층의 차별 때문에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한국의 장애인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가난한 이들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구호가

장애빈민대회의 장을 빌려 천지에 울려 퍼진 것이다.

현재 한국 장애인들의 삶은 자신의 전부를 내놓은 성소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 왜 이리도 힘든 것인지.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짓밟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장애인들에겐 혐오와 차별로 다가와

하루하루 사는 것이 지겹다는 표현을 입 밖으로 줄지어 쏟아냈다.

차별과 괄시의 천국인 대한민국을 원망하며

동등과 해방을 외치다 앞서 떠나간 동지들을 잃은 이 잔인한 봄.

돌아오지 않은 메아리를 쫓다 서글피 떠나간 동지들의 연전에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행사에 참여한 여러 단체의 연대 연사들과 문화 공연으로 이어진

삼월 이십육일 이날 대단원의 막을 올린 우리의 발언대

4, 20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투쟁단의 투쟁이 약 한 달간 진행될 것이다.

행동하는 성소자 인권연대도 함께 연대하며 저항과 투쟁은 언제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사전대회 1시 : 최옥란 최정환 열사 정신 계승! 빈민장애인대회
♣ 본 대회 2시 : 제11회 전국장애인대회
♣ 행진 : 행진 sk불로드 벤드 고공 농성장까지
♣ 문화제 7시 : 최옥란 열사 및 장애해방 열사 합동 추모제

 

2015 장애인 대회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휠체어에 의지한 300여 명의 장애인이

전국에서 밀물처럼 몰려들어 위와 같은 순서에 따라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오감과 정신을 제대로 지닌 사람들이 누가 시킨다고 해서 그렇게 몰려들고 어느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몇백 명의 중증 장애인들이 솔선수범 앞다투어 동시에 한 마리 부나비 날갯짓을 하겠는가?

 

여담이지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열차로 이동하여 서울역에 내려 지하철을 탐승하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니 전국에서 구름처럼 밀려든 전, 수동 휠체어 장애인들의 걸음에 떠밀려

엘리베이터 가동이 정체되는 건 예사였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는

장애인들의 행보가 몇십 분 지연되기 일쑤였다.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아쉬운 점이 세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이번 행사처럼

대규모 장애인 집회가 있을 때 많은 중증 장애인들이 일정한 시간 내 같은 장소로 이동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장애인이 이동하기 비교적 쉬운 열차 편을 이용하는데

특실과 일등실밖에 전, 수동 휠체어가 두 대씩만이 탑승할 수 있는지라

그래 봐야 열차가 한번 이동할 때마다 탑승할 수 있는 장애인은 고작 네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열차가 운행될 때마다 인원초과가 되지 않은 한 무한정으로 탑승할 수 있는데

장애인들이 열차를 이용하는데 규제가 주어진다면 그 또한 분명히 장애인 차별이라는 것이다.

 

아쉬움 둘,

삼월 이십육일 장애인 대회는 철부지 어린아이가 보아도 장애인 관련 큰 행사임을 확연히 확인될 것인데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운동 노선이 다르다고 해서 연합회다. 협의회라는 말도 되지 않은 논리로

장애인 판이 둘로 나뉘어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장애인 대회이자

4, 20공 투 단의 시작을 알라는 이번 행사에 반쪽만 참여하여 졸속 행사를 치렀다는 것이다.

 

아쉬움 셋

우리나라 경찰 공권력에 대한 것인데 흡사 거북이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몸소 재현시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각 기업체 노사 분쟁 때나 어떤 단체들의 요구 관찰 집회 때

투쟁 뚜쟁이들에게 시달린 기억이 떠올라 그런지 모르지만

사지를 움직이고 싶어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

개미떼 같은 전투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집회에 참석한 장애 운동가들의 평화적 행동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장애인들의 휠체어가 이동할 때마다 제3차 세계 대전의 조짐이라도 느낀 양

자기들끼리 무전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더니 끝내 집회 행진 대열을 조금 벗어났다 하여

네다섯 명의 전경이 개떼같이 달려들어 중증 장애인들에게 몸 일부분인 전동 휠체어를 달랑 들어 옮기는

천하의 가장 무식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접하니 2014년 4, 20 공동투쟁 집회 때 평화적 행진을 가로막고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자기네들 큰형님 큰누나 벌인 장애인들의 전동 휠체어 작동법을 수동으로

전환해놓는 바람에 이동권을 잃은 중증 장애인들이 그 북새통 속에 울부짖던 모습과

부적절한 전경들 대처에 격분한 시민들이 심한 욕설을 퍼부어대던 표정들이 한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이러한 모습들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복지 후진국임을 인정하는 것이며

두 동강 난 우리나라 장판의 비애를 엿볼 수 있는 활동사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