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자료 모음방/동래구 IL센터

장애인 한마음 문화 체험 나들이 후기 (하늘은 맑더란다)

松竹/김철이 2014. 7. 16. 10:57

장애인 한마음 문화 체험 나들이 후기 (하늘은 맑더란다)

 

 

세상만사 인력으로 안 되는 것 없다지만, 오직 하나 대자연 섭리만큼은 인력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기에 동래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가족들은 며칠째 하늘만 바라보며 애원하듯 마음을 모아왔다. 흐려도 좋고 바람이 불어도 좋은데 유월 삼십 일, 단 하루 비만 뿌리지 말아 달라고…. 유월 삼십 일은 동래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설립 후 처음으로 갖는 큰 행사 중 하나로 장애인 한마음 문화 체험 나들이를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이 행사의 주인공인 장애인들이 행여 행사 당일 내리는 비 탓에 부자유스런 걸음걸음마다 걸림돌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애인 한마음 문화 체험 나들이의 목적은 단순한 나들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들이 한번 하는데도 녹록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나들이를 겸하여 우리 민족 옛 조상님들이 살아냈던 삶의 모습과 흔적, 지혜, 슬기 등을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행사 목적지로 옛 조상님들의 숨결이 통째 묻어나는 관광특구 경주시로 택한 것이었다. 이번 나들이의 인원으로 모든 유형의 장애인 이십 명과 행사 당일 장애인들의 수족이 되어 마음을 맞춰갈 봉사자 이십 명을 선별하여 대형 버스 한 대로 다녀올까 하였으나 몇몇 척수 장애인의 건강을 고려하여 전동 휠체어가 통째 탑승할 수 있는 소형 저상버스 한 대를 수소문하여 함께 가기로 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제아무리 구경거리가 좋고 놀기가 좋아도 허기진 배를 틀어 안고는 놀 수 없는지라 우리 센터와 자매결연을 한 봉사단 아름다운 동행 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봉사자 여러분의 배려와 도움으로 행사 당일 우리 일행이 먹을 점심을 정성스럽게 해주셨기에 든든하게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행사 당일 잠자리에서 눈을 뜨려니 행사 치를 걱정 탓에 단잠을 이루지 못했던 터라 아래위 눈꺼풀이 이몽룡과 성춘향의 현신이라도 된 양 서로 부둥켜안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부둥켜안은 눈꺼풀을 간신히 뜯어말려 희미하게 동터오는 창밖을 바라보다 전자시계를 올려다보니 새벽 네 시 이십오 분이었다. 귀를 기울여 바깥 동태를 살피니 다행히 비 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외출을 한번 하려면 여느 사람들 세 배 네 배의 시간이 소요되는지라 부랴부랴 채비를 갖추고 출발지인 동래 전철역으로 향했는데 전철역에 당도하고 보니 피곤함에 찌들어 단춧구멍만 한 해진 내 눈이 소 눈만큼이나 휘둥그레지는 것이 아닌가! 시간은 아홉 시가 조금 지났는데 아홉 시 삼십 분까지 도착하라고 함께 나들이 갈 장애인들에게 일러줬는데 그때 벌써 장애인들이 죄다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몸이 멀쩡하게 성한 비장애인들도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아 간혹 갖가지 사단으로 이어지곤 하는데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에 목말랐으면 얼마나 남들의 시야에 들고 싶었으면 겨우 당일치기 나들이 다녀오는 일에 저렇게 열성을 보일까 하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났다.

 

두 대의 대, 소형 버스에 나누어 타고 한 시간여 고속도로를 달려 경주에 당도하였다. 갈 때 가지고 간 이동식 간의 탁자 위에 앞서 아름다운 동행 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봉사자 여러분의 배려와 도움으로 정성스레 준비해 주셨던 밥과 반찬을 펼쳐놓고 전체 일행이 나누어 먹으며 담소를 나누니 마치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다 함께 소풍을 나온 기분이었다. 점심 후 세계화석박물관을 관람하게 되었는데 이곳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진기한 세계화석들이 우리 일행의 눈을 휘둥그렇게 하였다. 지구탐사관 관람에서는 지구의 탄생과 형성을 접하였고 이 과정에서 우리 인간들이 얼마만큼이나 지구를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인지를 새삼 뼈저리게 깨달았다. 고생대실 관람에서는 상징게이트, 고생대의 모습, 삼엽충, 동·식물에 대해 관람하였다. 중생대실 관람에서는 상징 게이트, 중생대의 모습· 화석, 중생대의 지배자 공룡, 중생대의 동, 식물의 생활상을 익히 배웠다. 신생대실 관람에서는 상징게이트, 중생대의 모습, 포유류의 시대, 어류 및 기타 생물의 생태와 인간의 진화에 관한 배움의 장을 열었다. 한국 화석관 관람에서는 상징게이트, 한반도의 지질변화 한반도의 화석, 지역별 화석에 관한 지식을 높였다.

 

첨성대 영상관 관람에서는 3D 애니메이션 월드 4 작품 (벽루천, 토우대장 차차, 천마의 꿈, 엄마까투리) 중 벽루천을 관람하였다. 경주타워 전망대에서는 관광특구 경주시 관광지역을 두루 관람하였다. 신라문화 역사관 관람을 통해 전시형태 : 모형(왕경도, 석굴암) 복제유물 디지털 콘텐츠 영상 패널 등을 통해 전시물과 오브제를 유기적으로 구성된 신라인의 삶, 세계 속의 신라 "왕경도", 신라 왕경의 중심 "월지, 신라인의 생활상, 신라의 예술, 신라 천 년의 혼 "황룡사 9층 목탑" 신라 과학과 예술의 만남 "석굴암" 신라의 사찰, 신라의 탑, 신라의 노천 박물관 "남산"에 관한 자료와 설명을 접했다.

 

천 년의 이야기(전시관) 관람에서는 3D 입체기술과 멀티미디어를 통해 신라인의 사랑과 삼국유사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체험. 전시형태 : 나열식 전시를 보완하여 다양한 인터렉티브 요소와 체험. 영상을 활용한 참여전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입구 - 시간의 터널 - 왕의 탄생, 빛을 잉태하다 - 신라, 달 그리고 로맨티시즘 - 향가, 달을 노래하다 - 月下戀歌, 달빛에 닿은 신라인아 - 삼국유사 속으로 - 정의와 행복, 번영의 황금시대 - 실크로드, 별빛을 헤며 서역으로 - 에필로그 등에 관한 배움의 시야를 넓혔다.

 

시간여행("이게 뭐야?"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생활품 전시관 관람을 통해 도입부 : 추억의 앨범, 사진, 근대 학교 연혁 추억의 교실 : 책상 걸상, 난로, 칠판, 교탁, 풍금, 환경정리 등. 만화방 : 60~80대 만화책. 전파상회 : 각종 옛날 라디오, TV, 오디오(축음기). DJ박스 : 추억의 노래(실제 음악), 레코드판 전시. 만물상(성인) : 성인잡지, 기호식품(술, 담배). 시골부엌 : 가마솥, 아궁이 주방용품. 시골장 독대 : 각종옹기류 20여 점. 농기구창고 : 각종 농기구, (탈곡기 5종, 풍로) 등. 중앙부 : 달구지(우마차), 재래식 소방차, 자전거 등을 관람하며 실로 오랜만에 아름다운 추억의 낡은 사진첩을 몇 장 넘겨보았다.

 

하늘도 우리 일행의 행보에 축복한 듯 온종일 옅은 구름으로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었고 잠시 한때는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주듯 이슬비를 뿌려주었다.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아무런 탈 없이 돌아온 이번 경주 장애인 한마음 문화 체험 나들이를 통해 장애인들의 외로운 일상생활을 다시금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경주 나들이를 하는 동안 하나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우리나라 장애인 단체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말로만 장애인들을 위한다고 했지 실질적으로 장애인들과 하나 된 마음으로 계산 없는 나들이 한번 변변히 하지 못했고 장애인들의 외로움을 한번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왔다. 혼자 가는 길은 분명 외롭고 개척자의 길은 누구도 쉬 함께 하려 않지만, 우리 동래구 IL만이라도 장애인들의 효자손이 되리라 이 장을 빌려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