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거울

용서하기보다 용서받아야 할 사람들

松竹/김철이 2010. 7. 4. 00:09



      용서하기보다 용서받아야 할 사람들


      우리가 남을 참으로 용서하고
      사랑할 줄 모르는 근본 이유는
      먼저 우리 자신이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성령의 은사(恩賜) 중에 ''눈물의 은사''가 있는데
      곧 내가 죄인임을 깊이 뉘우칠 줄 아는
      통회의 정(情)에서 우러나는 눈물이요
      더 나아가 나의 모든 죄의 용서를 진홍같이
      붉은 죄의 용서를 받았다는 데서 오는 감사의 눈물
      하느님이 나같이 비천한 존재도 사랑한다는 하해(河海)같은
      사랑과 자비를 깊이 체험한 데서 오는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은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작가 오혜령 씨의 작품 「일어나 비추어라」를 보면
      오혜령 씨는 분명히 이 ''눈물의 은사''를 깊이 체험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사실 불치병인 암의 치료를 받은 것 이상으로
      깊은 내적 치료의 은혜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 이와 비슷하게
      ''눈물의 은사''를 체험하신 분들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나는 이렇게 깊이 운 사람의 마음은 정말 깨끗하고
      맑은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예수님은 마음으로 가난한 삶은 행복하다.
      우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했던 것입니다.
      이는 물론 반드시 눈물을 많이 흘려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회개입니다.
      마음으로 울고 깊이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는 것입니다.
      참사랑은 바로 이런 마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왜냐 하면, 맺힌 것이 풀렸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자만이
      참으로 남을 용서해 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 온유한 이,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 자신 안에 꼭 닫혀 있지 않고
      자신들의 초라함을 하느님에게 열어 보이는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헐벗음, 궁핍과 예속, 허약성,
      그리고 질그릇처럼 부서지기 쉬운 생활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도 이와 같습니다.
      그들은 착한 일을 하고,
      법보다는 자비심을 더 높이 평가하고,
      남에 대하여 아무런 적개심을 품지 않으며,
      오히려 남의 고통을 덜어 주고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자들이므로
      참된 행복의 소유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행위는 부드러운 마음씨와 인정에서만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하느님의 자비심에 의존하여 있으며
      그 자비심을 떠나서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남을 죄인으로 판단하지 않으므로 스스로 판단 받지도 않으며
      악을 악으로 갚지 않으므로 오직 선으로만 갚음을 받게 됩니다.

      형제를 단죄하지 않으므로 단죄 받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용서를 거듭 체험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의를 행하는 사람들을 용서해 줍니다.

      - 김수환 추기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