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 松竹 / 김철이 -
험한 세상 시련에 멍이라도 들은 것일까…
연한 잉크빛 꽃물로 곱게 단장하고
아침녘 하늘 향해 줄기 타고 오르는
나팔꽃 기도처럼
아침에 일기를 쓴다
이미 오래전 인고에 찌들어 버린
삼강오륜조차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멀리 물러나 신음하는 이즈음
아침에 우는 종달새 부리를 펜으로 삼고
아직 마르지 않은 잉크빛 안개 먹물 삼아
세상을 쓴다
하루를 살다 죽어 이 세상 영원히 혼이 머물지라도
새 아침 단골손님 까치발을 하고 서서
저만치 물러나 앉은 내일의 역사 한 조각 빌려다
훗날에도 존재할지 모를
오늘의 역사를 쓴다
하늘 한 켠에 흐르다 말 구름도 아니련만
무심히 흘러가 버릴 강물조차 기억하지 못할
자연의 섭리도 헤아리지 못하지만
일기란 저녁에 써야 한다는 통예도 깨어버린 채
아침의 일기를 쓴다
'개인♡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의 일기 (꾼 중에서) (0) | 2010.05.04 |
---|---|
소망 (꾼 중에서) (0) | 2010.05.02 |
등불(꾼 중에서) (0) | 2010.04.27 |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꾼 중에서) (0) | 2010.04.26 |
은방울꽃 (꾼 중에서) (0) | 2010.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