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亭子
동녘을 붉게 물들인
해맑은 햇살이
몇 점 잔부스러기로 들락날락하더니
마침내 양반다리로 허세를 부린다.
무심코 산기슭 스쳐가던 계절풍,
낯선 정취에
잡벌레 벗을 삼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웃거린다.
낮에 나온 반달은 창공에 조는데
밖으로 뛰쳐나온 달빛은
옷 벗은 겨울 나뭇가지 위에 홀로 놀다
호기심에 찬 눈길로 흘러간 역사를 되새긴다.
진종일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뜬구름 목에 둘러 치장을 하고
그리운 임을 찾아가는 아낙처럼
수줍어 고개 숙여 문도 없는 노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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