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悲戀)
松竹/김철이
주마등 같은 세월의 굴레에서
본의 아닌 연을 맺어
빌려 사는 인생(人生) 멀리하고
내 한 생을 살려 하였건만,
세상물레 제자리로 옮겨 놓는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물살에 실려
바람조차 외면하는 수초의 삶이라
내 뜻대로 한 번도 살지 못했더니
마지막 생의 갈림길에서도
신의 축복(祝福)조차 고개를 돌린다
정녕 가슴에 품고픈 욕망은
산을 타고 강을 건너지만
정작 걸음을 옮길 육신(肉身)은
천 근이요 만 근이니
피 같은 눈물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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