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이 말해도 정부는 정신 못차리고…"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5.24 10:51 | 최종수정 2008.05.24 14:51
'BBQ치킨' 윤홍근 회장이 말하는 'AI 국가비상사태' 매일 닭 150만 마리를 10만 업소에서 다루는데 감염된 사람 있나? 파동이후 매출 90% 격감 정부는 民心동요 방치 50만 양계농 거리나앉을판
지난 4월 초 발생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 AI )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없으며 토착화되거나 변종일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밝혔다.
( < 본지 5월 16일자 보도 > )
↑ 윤홍근 회장이 최근 AI파동으로 인한 양계농가의 사정을 설명하면서“이런 상황이 보름 정도 더 지속되면 14만4000여 양계농가가 모두 쓰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동영상 chosun.com /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서울 송파구 문정동 제너시스 본사 7층 회장실 3개 벽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각양각색의 닭 인형 140개였다. 그 닭 인형 140개를 초대형 닭 인형이 한쪽 벽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하루 종일 닭을 먹다 못해 자서전에 '닭은 내 운명'이라고까지 쓴 윤홍근(尹洪根·53) 회장이 일하는 곳이다.
그가 1995년 설립한 BBQ치킨은 지금 세계 46개국에 진출해있다. 올해에는 치킨의 본고장 미국 에서 켄터키치킨과 맥도널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주에는 일본 도쿄에서 프랜차이즈를 개설했다. BBQ는 바비큐를 연상시키지만 최고(Best)로 믿을 만한(Believable) 품질(Quality)의 약자(略字)다.
한시도 쉬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닭고기를 먹여온 그는 기자와 약속한 시간보다 5분쯤 늦게 나타났다. 윤 회장은 인사를 건네기 무섭게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죽겠어, 정말 죽겠어요"라는 게 그의 일성이었다.
"4월 초에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뒤 매출이 한 달 전보다 90%까지 떨어졌어요. 양계(養鷄)농가와 치킨, 삼계탕집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요. 왜 광우병(狂牛病)에는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우리에게는 무관심한지 모르겠어요. 이대로 2주만 지나면 모두 망할 겁니다."
윤 회장은 지금 양계농가와 치킨, 삼계탕 집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2003년에 일어난 첫 AI 파동과 흡사하지만 정도가 더 심하다고 했다. 당시 두 달 동안 계속된 AI 한파(寒波)로 양계농가와 치킨, 삼계탕 집에서 매출이 50% 감소했다. 금액으로 8000억원의 손실이 나자 자살하는 양계농이 속출했다.
올 4월 3일 시작된 AI 파동이 50일을 넘긴 올해에는 벌써 5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매출액은 90%나 격감했다. 윤 회장은 보름 안에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14만 4000여 양계농가에서 50만명이 거리로 나앉게 될 판이라고 했다. 영세 치킨업, 삼계탕 집의 연쇄 도산도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윤 회장은 "2003년 AI는 오히려 좋은 교훈이었다"고 했다. 국민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는 손실을 봤지만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5년 동안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히려 공포심만 부추기고 있다고 윤 회장은 주장했다.
"저는 질병관리본부의 자세가 이번 문제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AI가 발생한 첫 2주 동안은 국민이 동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울 광진구에서 꿩 두 마리가 죽은 보도가 나온 다음부터 사단이 난 겁니다. '수도권이 뚫렸다'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어? 뭔가 큰일이 일어났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윤 회장은 지금 벌어지는 패닉 상태가 국민건강을 위한 '경고' 수준을 넘어 '공포'가 됐다고 했다. 전국의 어디를 가든지 닭, 오리고기가 모두 AI에 걸렸고, AI 걸린 닭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고, 닭고기를 만지거나 먹기만 해도 AI에 걸리는 것처럼 오해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꿩 2마리 죽었다고 유치원을 휴원하고 초등학교를 휴교시키겠다고 하고 광진구 전체를 질병 발생 지역으로 해서 소독하는 일이 어떻게 대한민국 같은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며 "AI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했다.
윤 회장에 따르면 국내에 살아있는 닭은 1억2000만 마리다. 그 가운데 매일 150만 마리가 도계(屠鷄)돼 전국의 10만 개 치킨 전문점과 삼계탕집으로 팔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닭 만지는 10만 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AI에 걸려야 정상이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한 명의 AI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는"전 세계에서 10년간 AI 발병환자가 370명이고 그중 사망자가 240명이지만 이들은 닭고기를 먹고 죽은 게 아니라 후진국 특유의 불결한 사육 환경과 의료체계 때문에 사망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에서도 AI가 발생했지만 우리처럼 모두 죽을 수 있다는 식의 발표 대신 "어느 지역에서 백조 한 마리가 사망했다. 방역체계를 좀 더 가동시키겠다"는 수준으로만 발표한다고 했다. 중국은 방역 수준이 우리보다 낮지만 AI 파동으로 양계농가가 타격받는 일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윤 회장은 "정부 요로에 이런 이야기를 누누이 전달했는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주쯤 이명박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윤 회장의 목표는 2020년까지 전 세계에 5만 개 점포를 여는 것이다. 그러면 매출이 50조로 늘어나 대한민국 의'음식계의 삼성전자 '를 또 하나 갖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꿈이 AI에 대한 정부의 무지(無知) 때문에 벽에 부닥쳤다"고 했다.
↑ 윤홍근 회장이 최근 AI파동으로 인한 양계농가의 사정을 설명하면서“이런 상황이 보름 정도 더 지속되면 14만4000여 양계농가가 모두 쓰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동영상 chosun.com /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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