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뚜껑별꽃 (솟대문학)

松竹/김철이 2008. 5. 7. 00:18
뚜껑별꽃 

                             - 松竹 / 김철이 -


아직 춘삼월 꽃은 피지 않았건만
잔설 녹은 남도 들녘 언저리
겨우내 따슨 봄을 애잔하게 기다리다
볏짚 틈사이 뾰족히 고개 내밀며
먹거리 드문 초겨울 인생들 친숙한 벗이 된다.

아지랑이 고운 춤사위 언제나 피려나
여린 손가락 고이 꼽아 기다리다 지쳤는가
파란 손 마주 잡아 옆으로 누워 자라더니
마침내 싱그러운 녹색도 무색하게
온 들판 초록으로 색수를 놓는다.

가난했던 그 시절
아직도 겨울 찬 서리 누리에 우두커니 섰는데
별 먹거리가 없던 시절이라
희생정신도 높아 시큼한 된장국 몸담구어
온 겨울 입맛 잃은 이 미각을 돋군다.

욕심 없는 화신인가
그리 크지도 않은 몸짓 다 하여
보리밭 이랑마다 숨어 살더니
영그는 녹색의 보리 줄기를 따라 하늘로 크다가
출렁이는 보리 어깨춤에 덩달아 신이라도 난 듯 새파란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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