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하느님
‘하느님을 가장 강렬하게 만났던 순간’이라는 주제 를 제시받고, 그런 순간이 언제였던가 고민해 보았습 니다. 문득, 지금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게 된 과정 전체가 하느님 섭리의 한 단면을 체험했던 순간들이 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작년 말 결혼했습니 다. 하지만 2년 전 이맘때 저는 막막한 상황에 있었습 니다. 한국 나이로 38살 봄, 저는 당시 만나던 연인과 이별을 맞이했었습니다. 이별의 슬픔보다 ‘또 언제 좋 은 사람을 만나, 언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 정과 불안감이 컸습니다. 결혼에 대한 걱정이 나아가 하느님의 부재 체험과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직장을 가지고 30대가 되면서 저는 결혼을 빨리하 고 싶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켜주시는 운명의 그 사 람이 있을 거라고 믿었고, 곧 그 사람을 만날 수 있겠 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제가 기대한 만 큼 빨리 오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함 께하신다는 사실을 사람에 대한 외로움과 불안함 너 머에서 발견하길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가령, 같은 본당 청년과 사귄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사람과 성격과 가치관이 잘 맞지 않았는데도 공동체 에 폐가 될까 싶어 관계에 미련을 가졌습니다. 힘든 시 간을 보낸 끝에 결국 이별했습니다. 다음 연애는 성격 이 잘 맞는 사람과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하느님의 섭 리가 제 계획 너머에 있다는 것은 일에서든 사람 관계 에서든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여자 친구 근무지가 바뀌었는데, 그곳 직장 상사 한 분이 유독 여자 친구에 게 가혹했습니다. 그녀는 힘들어했고 우울증과 공황장 애 증상이 생겼습니다. 일 년 넘도록 어려운 시간을 함 께 이겨내고자 노력했지만, 인연이 더 이어지진 못했 습니다. 그때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 실까?’ 원망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또다 른 이별을 맞이했던 38살 봄 어느 날, 매우 슬펐던 기억 이 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하늘에 유난히 밝게 빛나 던 별들을 보면서 그 많은 사람 중에 제 짝이 없는 것 같 아 외로웠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내는 생각지 못한 순 간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만남보다는 일과 성당 활동에 매진하고 있던 제게 아내가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희는 만남을 시작하고 마음 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성가정이란 같은 이상향을 꿈 꾸던 저와 아내 소화 데레사는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 으며 그토록 바라던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잠든 아내가 사랑스러운 만큼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 이 벅차오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아내를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 저와 아내를 지켜주셨습니다. 그 과정이 힘 에 부칠 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를 위로해 주셨습 니다. 그분의 보호 안에서 저는 사랑받고 베푸는 법을 배웠으며, 아내를 만났을 때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 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저는 배우자를 찾는 과정 안에 서 체험했습니다. 제가 바라던 때에 배우자를 만나지 못 해 원망했던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저와 함께하셨고, 저 에게 가장 좋은 것을 가장 좋은 순간에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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