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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松竹/김철이 2025. 4. 20. 08:00

담쟁이

 

                       松竹 김철이

 

 

이사 간 순희네

빈집 돌담 층계 삼아

초록 발톱도롱뇽 떼를 지어

푸른 혀를 날름대며

꿈틀꿈틀 햇살을 업어 나른다.

 

앞다리를

동글동글 감으며

뒷다리를

우쭐우쭐 뻗으며

 

솔바람 부추기듯

살랑살랑 불 때마다

연초록 진초록 비늘이 후드득

앞다퉈 출렁대다가

눈이 부시게 푸르다.

 

하루 이틀 커가던

푸른 넋이 어느새

담벼락 전체를 독차지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