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 | 20240829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DeN6F4Ssv7s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세례자 요한의 수난 기념일. 곧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과 같은 시대를 살았고 세상 가치에서는 더욱 메시아와 닮아 있었던 요한은 세상에서 기억되는 죽음 중 가장 초라하거나 허무한 사건의 주인공입니다. 그의 시작은 너무나 화려했고 그의 활동은 영웅적이었지만 그의 죽음은 숱한 예언자들의 결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 둔 일이 있었다.”
요한의 삶은 사람들에게 죄의 용서를 위한 세례를 베푼 이로 그 이름을 얻었지만 동시에 그는 지배자인 헤로데와 맞서는 인물로 알려집니다. 그는 헤로데가 잘못하는 것에 맞서 당당히 지적을 했고 헤로데는 그의 선함과 의로움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욱 허망합니다. 그는 권력자의 고민의 결과 ‘잠시’ 묶여 있었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자에 맞설 수 있는 가치로 인정받던 그였지만 그 이유로 권력자의 한 마디 말로 그는 감옥에서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그의 가치는 모든 이가 하느님이 오심을 기다리게 하는 역할이었지만 권력자의 ‘체면’은 사람들 모두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을 순식간에 앗아버렸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고 또 당혹스러운 성인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세상 권력은 늘 이런 속성을 버리지 못합니다. 틀려서가 아니라 잘못이 아니라도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서 판단하며 그리고서는 자신의 속사정을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위선적인 삶이 당연하다 말합니다. 언젠가 이 헤로데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요한을 떠올리고 만나보고 싶어합니다. 보통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가능한 일인가 봅니다.
메시아는 주님이십니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우리는 메시아의 모습의 한 편으로 예수님보다 세례자 요한의 영웅적인 모습을 더욱 떠올리는 듯 보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훌륭한 사제라고 말하면서도 그 모습은 온통 요한이 제자들에게 또 사람들에게 보여준 모습일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요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고 우리는 지금도 그런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화려한 배경의 사람. 그리고 그에 걸맞는 삶을 살았던 요한이지만, 동시에 그가 가장 영향을 끼쳐서 중요했던 가치로 인해 순식간에 말도 안되는 결말을 맞은 그를 생각하면 그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지금이 더욱 서글퍼지는 듯 합니다.
0:00 오늘의 복음
2:36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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