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나타났다
저는 올해 3월, 사순 시기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 왔습니다. 순례객 모집이 끝나고 톡방을 만들어 54일 기도 까지 함께 바치고, 드디어 3월 14일에 이스라엘로 떠났습 니다. 저는 떠나기 전 여러 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성지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성지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 록 제 마음에 알 수 없는 허무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은 예수님께서 직접 걸으셨던 선택받은 땅임 을 절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성지에 대한 설 명을 보니 그 당시의 장소로 ‘추정’된다는 말이 많이 적혀 있었습니다. 주님 승천 경당에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발을 디뎠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돌이 있었고, 정교회에 서 관리하던 성모님 무덤 경당도 가묘로 세워져 있었고, 심 지어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성당 안 무덤도 가묘라고 명기되어 있었죠.
그래서 그런지 막상 이스라엘에 도착해서 성지를 순례 할 때, 제 마음은 벅차기보다는 ‘추정’된다는 성당들의 외적 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성지 건물보 다는 오히려 갈릴래아 호수와 유다 광야를 걸을 때 눈물 나 게 행복했습니다. 여긴 자연이니까 인간의 손길이 그 형상 을 바꿀 수도 없고, 또 이 호수나 광야가 스스로 저 멀리 옮 겨갈 일도 없으니, 예수님께서 여기에 계셨다는 것은 너무 나도 명백한 사실일 거라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진짜’ 예수님께서 계셨던 곳이라 생각되는 성지에서 만 행복해하는 선택적이고도 우매한 순례를 계속해 나갔습 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날이 되었고, 우리 순례 팀은 운이 좋게도 주님 무덤 성당에 자리한 무덤 안에서 미 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 33명의 순례객 이 옹기종기 모여 미사를 드리기 시작했고 드디어 성체 분 김유정발레리아 | 노래하는 배우 하나하나씩 나눠 주시면서 ‘그리스도의 몸’을 고요히 외치 는데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손가락 두 마디도 채 넘지 않는 작은 성체가 제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 곤 속으로 외쳤습니다. ‘저게 진짜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 그보다 더 진짜다운 진짜는 없었 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진짜’가 매일 우리에게 먼저 다 가와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만 계신 것이 아니 라 우리가 사는 한국에, 우리가 사는 동네마다 계시고 심지 어 하루에 몇 번이나 찾아오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구 반대편 이스라엘에 와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200미터만 가는 것, 그것뿐이라는 사실을요. 그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수많은 사랑 중의 하 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미십니다.
‘내가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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