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 환경

숲의 사랑, 숲의 전쟁, 생명을 길러내는 숲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환경스페셜-신년특집 자연다큐멘터리 숲] / KBS 20020101 방송

松竹/김철이 2023. 7. 15. 20:39

숲의 사랑, 숲의 전쟁, 생명을 길러내는 숲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환경스페셜-신년특집 자연다큐멘터리 숲] / KBS 20020101 방송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OMjR6049OyM

 

 

 

▶ 빛을 향한 스프링 스페쉬즈(spring species)의 몸부림 - 얼레지와 개미 이야기
이른 봄, 얼어붙은 땅을 뚫고 얼레지, 복수초, 앉은 부채 등이 피어난다. 이른바 스프링 스페쉬즈. 거목이 눈을 뜨기 전 이들을 깨운 건 바로 봄의 햇살이다. 숲의 하층에 빛이 드는 짧은 시기, 이 찰나를 놓칠세라 빛을 향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이 시기에 벌어지는 공생의 이야기 하나, 그것은 얼레지다. 얼레지는 화려한 빛깔로 꿀벌을 유인하여 꿀을 제공하고, 대신에 벌은 꽃의 수정을 돕는다. 모든 생명이 그렇듯, 얼레지 역시 어미곁에서 되도록 멀리 자손을 퍼뜨려 같은 종 사이의 경쟁을 피해야한다. 그러나 씨앗을 멀리 보낼 별다른 수단이 없는 얼레지. 그래서 고안해 낸 장치가 얼라이오좀이다. 얼레지가 씨방을 터뜨려 씨앗을 떨어뜨리면 개미들은 씨앗을 개미굴로 운반해간다. 바로 개미들이 좋아하는 당분 덩어리 얼라이오좀이 씨앗에 붙어있기 때문인데, 개미는 얼라이오좀만 떼먹고 씨앗은 버린다. 개미가 버린 얼레지 씨앗들은 숲 속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또 다른 얼레지 꽃밭을 만든다.

 

▶ 식물도 적극적인 사랑을 한다. - 식물의 수정전략
여름, 화려한 꽃들이 피어난다. 꽃은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려 피는 것은 아니다. 꽃이 피는 것엔 놀라운 과학이 있다. 그 한 예가 물봉선이다. 물봉선은 자신의 꽃 모양을 교묘하게 만들어 벌이 공짜로 꿀만 먹고 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물봉선은 꽃의 통로 입구에 덫을 놓아 벌이 안으로 들어가기는 쉬워도 빠져 나오기는 어렵게 해 수정을 성공시킨다. 특히 우리 산야에 흔한 개다래의 경우, 꽃이 작고 볼품없어 곤충을 유혹하기 어렵다. 개다래의 전략은 꽃대신 잎을 하얗게 탈색시켜, 꽃으로 착각한 곤충들이 모여들게 한다, 삼백초, 쥐다래도 같은 전략을 쓴다.
이처럼 모든 식물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저마다의 전략을 갖고 있다. 생존을 위한 식물의 적극적인 몸부림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시각화한다.

 

▶ 숲에는 치열한 투쟁이 있다.
한 여름의 어둡고 서늘한 숲. 여름 숲은 생명들간의 치열한 싸움의 현장이다. 높이 자란 거목은 싸움의 최종승리자다. 주위의 키 작은 나무들을 자라지 못하게 하고 경쟁의 우위를 독점한다.
그러나 독재자로만 보이는 거목은 여름 전쟁터 그 한가운데 있다. 바로 이 거목을 중심으로 뭇 생명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숲을 뒤덮은 나뭇잎은 뭇 생명을 먹여 살리는 원천이 된다. 잎을 말아 알을 낳는 독특한 거위벌레가 있는가 하면, 호랑나비와 사향제비나비도 애벌레의 먹이감이 될 나뭇잎을 찾아 알을 낳는다. 깨어난 애벌레들도 나뭇잎을 먹이원으로 성체가 되고, 메뚜기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들 역시 거목의 잎을 생명의 원천으로 삼는다. 참나무 줄기에선 수액을 독점하기 위한 장수말벌과 사슴벌레간의 난투전이 한창이다. 거목은 안락한 둥지가 되기도 하는데 장수말벌은 거목의 줄기에 집을 짓고, 거목의 작은 구멍은 박새의 둥지가 되기도 한다. 거목에 둥지를 튼 호반새와 까막딱따구리는 먹이 사냥에 한창이다. 하지만 그 주위엔 새 둥지를 노리는 구렁이와 수리부엉의 위협도 상존한다.
거목 역시 시간이 흐르면 죽음을 맞는다. 거목의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을 불러들인다. 숲의 분해자 버섯이다. 쓰러진 거목에 피어난 말불버섯은 물방울을 이용해 포자를 날린다. 그리고 화려한 노랑망태버섯의 일생을 특수촬영으로 담아냈다. 버섯은 쓰러진 거목을 양분으로 피어나고 거목을 흙으로 되돌려 놓는 역할을 수행한다. 숲의 승리자 거목은 결국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숲의 어머니이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가을, 열매를 맺은 거목은 뭇 생명들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한다. 도토리 열매를 맺는 참나무 거목은 해마다 가을에 한차례 수난을 겪는다. 열매가 채 익기도 전, 가지째 잘려나간다. 그것은 도토리 안에 알을 낳는 도토리거위벌레의 번식 전략 때문이다. 도토리거위벌레에게 열매를 갈취당했음에도 청설모와 다람쥐, 어치가 먹을 것을 남겨놓은 거목. 이번엔 녀석들이 거목의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일할 차례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겨울철 양식으로 쓰기 위해 곳곳에 밤과 도토리를 묻어 놓는다. 하지만 묻어놓은 것을 종종 잃어버려, 거목의 열매들은 이듬해 봄 어린 나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신의 몸을 바꿔가면서 많은 생명을 길러내는 숲의 모습을 관찰해본다.

 

※ 이 영상은 [환경스페셜-신년특집 자연다큐멘터리 숲(2002년 1월 1일 방송)]입니다. 일부 내용이 현재와 다를 수 있으니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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