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아버지의 일들|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松竹/김철이 2023. 4. 2. 08:26

아버지의 일들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라디오가 달라도 주파수가 같다면 같은 방송이 나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지만 하느님의 자녀라면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일을 합니다.

 

겉모습이 같다고 일의 의미도 같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탐욕으로 일하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는 농부도 있습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환자를 다루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환자를 내 이웃처럼 생각해서 진정으로 살리고자 애쓰는 의사가 있습니다. 이처럼 외적인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일이 똑같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를 해도 엉망진창인 기도가 있고 미사를 드려도 제 욕심만 한껏 채우는 미사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일은 ‘살리는’ 일입니다. 아버지는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당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영혼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십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이 죽어가는지도 모르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들에게 구원을 선포하고 구체적인 실행을 하기 위해서 자녀들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아들들은 성경에 이르는 것처럼 신의 자녀들로서 영적인 보살핌을 선물합니다.

 

아버지의 일들의 결과는 자연스러운 기쁨입니다. 이는 무언가 재미난 것을 보아서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즐거움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소명을 충실히 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의 안정감이고 선물입니다. 마치 봄날에 벚꽃이 피어 향기를 뿜어내고 산 언덕 사이사이에 피어난 진달래가 삭막하던 산에 온기를 더하는 것과 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기쁨입니다. 

 

악인들은 이를 알지 못해서 언제나 더한 쾌락을 뒤쫓아 다닙니다. 무언가 자신을 진정으로 기쁘게 해 주지 않으면 그들에게는 의미 없는 기쁨입니다. 봄날의 코를 간지르는 산들바람은 그들을 절대로 즐겁게 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내면에는 기본적으로 어두움이 깔려 있고 슬픔, 격정, 분노, 원한, 악의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은 과도한 쾌락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기본적인 어두움을 잠깐이라도 떨쳐 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외견으로도 쉽게 드러나고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맑은 사람은 심지어 나이를 망각하는 외견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희끗한 머리를 지니고 있고 주름진 얼굴을 지니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얼굴은 맑고 밝습니다. 반대로 어두운 사람은 언제나 불만족스런 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웃음을 가장할 수는 있지만 그들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나이들어 보입니다.

 

아버지의 일을 하는 하느님의 자녀들은 자신들이 머무르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생명력을 선물합니다. 슬픈 이에게 위로를 선물하고, 엇나가는 이에게는 충고를 선물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작은 것에도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아는 이들입니다. 우리가 그 일들을 마주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깨닫게 될 때에 그 일을 하는 주체 안에 성령께서 살아 계시고 아버지께서 그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믿음은 그렇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