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20221211 오늘의 말씀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20221211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p3g_vqfWLy4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시간이 참 빠른 듯 12월에 들어서고 금방 10일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림초의 세 번째 심지에 불을 붙입니다. 대림의 세 번째 주일은 자선주일입니다.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가치가 ‘사랑의 실천’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감옥에서 전해 듣고 제자들을 보내어,”

 

요르단 강에서 예수님을 만났던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그분에게서 들려오는 소식을 들으며 제자들을 보냅니다. 무엇인가 확인하려는 요한은 자신이 준비했던 분이 맞는지 여쭤봅니다. 지금 우리에게 예수님의 모습은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지만 요한에게 주님은 어쩐지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는 주님께 바로 확인을 요청합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사람들에게 구세주로 비친 요한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주님은 자신보다 더 확실한 분이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죄인들 사이에서 나오셨던 주님은 늘 시장통이나 사람들 사이에 계셨습니다. 그것도 죄인들과 식사를 가리지 않으셨고 죄인들을 두둔하고 의인들의 위선을 꾸짖고 계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구세주는 분명하지만 누구도 구세주로 인정할만 한 분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도 자신의 예언에 확신을 가지지 못합니다.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하느님이 사람이 되심을 우리는 겸손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합니다. 그런데 겸손이란 표현이 부족한 것은 아예 바닥으로 들어오셨기 때문입니다. 창조주가 피조물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모자라 죄인들과 다를바가 없는 처지의 사람이 되셨으니 언제 사람들 위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권세로 이끌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요한조차 ‘다른 분’을 입에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주님의 강생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던 셈입니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듣는 것을 전하여라.”

 

예수님은 요한의 제자들에게 그 소문을 확실히 확인시키려 하십니다. 그리고 주님이 보여주신 것은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분의 영광이나 권위가 아니었습니다. 예언자에게 그보다 더 한 증명은 없었을텐데 주님의 방식은 그 반대였습니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이런 소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에게는 예수님과 요한의 차이점이 되는 ‘기적’이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전해주신 소식, 곧 눈 앞에 벌어진 주님의 모습은 ‘회복’이나 ‘용서’라는 단어가 어울립니다. 무죄한 이를 뽑아내고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죄 있는 이가 죄에서 벗어나고, 장애가 있는 이가 정상적인 삶을 되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죄의 결과처럼 지고 무겁게 살았던 이들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것, 곧 하느님의 사랑이 여전하고 함께 한다는 소식은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이 행복해지는 소식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해 주신 것은 ‘기적’이 아니라, 회복이었고 우리가 모두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알게 되고, 하느님 안에서 우리의 본 모습을 되찾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사랑’이었습니다.

 

오늘은 자선주일입니다. 저는 자선을 ‘사랑하고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 곧 그리스도를 닮는 길은 죄를 벗어나고 멀리하는 의인으로 사는 삶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는 이가 되는 것임을 알아듣는 것입니다.

 

의인 요한에게 전해진 주님의 말씀은 그것이 참 하느님의 뜻이며, 불과 성령의 세례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이 사랑의 계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권세와 능력을 기다린다면 다른 분을 기대해야겠지만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신 것은 그것이며, 심판은 골라내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구원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요한조차 알아야 했던 겁니다. 그래서 주님이 전하신 마지막 말씀이 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0:00 오늘의 복음
2:01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