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길

주현미 - 마도로스 박 (1966)

松竹/김철이 2022. 8. 5. 17:30

주현미 - 마도로스 박 (1966)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LesjwaKvs9Q

 

 

 

 

 

우리 가요를 살펴보면, 그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노래들이 많은데요. 1960년대 우리 가요에는 마도로스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노래들이 참 많았습니다. ‘마도로스는 네델란드어 Matroos에서 온 단어인데요. ‘주로 국제 항로를 다니는 배의 선원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1960년대에는 마도로스라는 단어가 왠지 이국적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20년에서 1980년대까지 우리 가요에 등장하는 직업 중 1위가 마도로스였다고 하는데요. 1938년 김정구 선배님이 노래한 바다의 교향시가 바다를 동경하게 만든 곡이었다면, 1939년 백년설 선배님이 노래한 마도로스 수기는 우리 가요에 최초로 마도로스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노래인데요. 1960년대 들어서면서 마도로스의 붐이 일어난 것은 그 당시 시대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6.25 전쟁 속에서 전 세계 21개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참전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다른 나라에 눈을 뜨게 되었고요.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세계 다른 나라로 외항선을 타고 나가 돈을 벌어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거지요. 특히, 외항선의 선장이 되어 흰색 제복에 파이프를 물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남자들의 로망이 되었는데요. 이런 꿈과 멋을 담아 마도로스가 등장하는 노래들이 속속 발표되었고요. 항구를 떠도는 마도로스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향수를 노래한 마도로스 가요의 붐이 일어난 거지요.

 

남인수 선배님의 마도로스 사랑’, 남일해 선배님의 첫사랑 마도로스’, 신화자 선배님의 마도로스 사나이’, 고봉산 선배님의 아메리칸 마도로스’, 안다성 선배님의 마도로스 부르스등등 정말 많은 마도로스 노래들이 등장했고요. 특히, 백야성 선배님은 마도로스에 관한 노래들을 주로 발표하면서 마도로스 복장으로 노래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마도로스의 붐은 노래뿐만 아니라, 영화계에도 영향을 주었고, ‘마도로스 박이라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1964530일 아세아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마도로스 박은 신경균 감독님의 작품으로 박노식, 도금봉, 이예춘, 허장강, 조미령, 이향씨가 출연한 해양액션 반공드라마였는데요. 밀수혐의로 체포된 마도로스 박은 압송 도중에 탈출하는데, 때마침 그를 노리고 있던 조총련계 간첩들이 일제사격을 가하고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마도로스 박10년 후에 홍콩에서 귀국하여, 국내에서 암약하는 간첩 일당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그 당시엔 스펙터클한 내용으로 사랑받았고, 이 영화에 주연을 맡았던 영화배우 박노식씨는 이후 수많은 액션영화에 출연하면서 마도로스 박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지요.

 

영화 마도로스 박은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제가 역시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그 곡이 바로 오기택선배님이 노래한 마도로스 박입니다.

 

 

의리에 죽고 사는 바다의 사나이다

풍랑이 사나우면 복수에 타는 불길

꿈같이 보낸 세월 손을 꼽아 몇몇해냐

얼마나 그리웁던 내 사랑 조국이냐

돌아온 사나이는

- 그 이름 마도로스 박

 

인정은 인정으로 사랑은 사랑으로

한 많은 내 가슴에 술이나 부어다오

바다를 주름잡아 떠도는지 몇몇해냐

얼마나 사무치는 못잊을 추억이냐

돌아온 사나이는

- 그 이름 마도로스 박

 

 

1964년 영화주제가로 선보였던 마도로스 박1966년에 오기택 선배님의 앨범으로 정식취입되었는데요. 반야월 선생님이 작사하고, 손목인 선생님이 작곡한 마도로스 박은 오기택 선배님의 부드러운 중저음으로 바다 사나이의 낭만과 추억과 쓸쓸함을 묵직하게 노래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기택 선배님은 우중의 여인을 발표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다음, 1965년 전역하고 나서 1966년 한 해 동안 아빠의 청춘’, ‘고향무정’, ‘충청도 아줌마’, '마도로스 박' 등의 노래들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면서 짧은 시간 동안 국민가수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누렸는데요.

 

저음의 마법사라고 불리면서 수많은 노래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던 오기택 선배님은 안타깝게도 올해 3. 팬들의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되셨습니다. 평생 미혼으로 지내셨던 오기택 선배님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모교인 전남 해남고에 장학금으로 내어놓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전했는데요. 평생을 낭만가객으로 지내셨던 오기택 선배님을 추억하면서 불러보는 마도로스 박‘. 그리운 마음 담아 함께 감상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