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길

주현미 - 내 이름은 소녀 (1965)

松竹/김철이 2022. 4. 19. 21:00

주현미 - 내 이름은 소녀 (1965)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NnIkIlyUDTg

 

 

 

 

 

노래 이야기

 

1960년대, 한국적이고 청순한 미모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가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조애희 선배님이 그 주인공인데요. 특별히 전문적으로 노래수업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미성과 노래 실력으로 1963KBS전속가수에 합격한 조애희 선배님은 한눈에 봐도 반짝반짝 빛이 났고요. 당시 KBS 경음악단장이었던 김인배선생님은 조애희 선배님의 노래를 듣는 순간, 가요계의 원석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KBS에서 방송작가와 작사가로 활동했던 하중희선생님과 함께 조애희 선배님에게 노래 한곡을 건넸는데요. 그 곡이 바로 조애희 선배님의 데뷔곡

사랑해 봤으면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한명숙 선배님에게 주려고 김인배 선생님과 하중희 선생님이 만든 노래였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미 결혼한 한명숙 선배님보다는 여리고 청순한 소녀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조애희 선배님에게 곡의 분위기가 여러 모로 잘 어울린다는 판단에서 최종적으로 조애희 선배님의 노래가 되었다고 하죠. 그리고, 역시나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 노래가 히트하면서 당시 잡지에는 귀염둥이 가수 조애희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기사들이 실렸고요. 그해 동양방송 연말시상식에서 사랑해 봤으면은 작곡상과 작사상을 수상하고, 조애희 선배님은 신인가수상을 수상하게 되죠.

 

조애희 선배님이 발표한 사랑해 봤으면이 좋은 반응을 얻자, 또다시 김인배 선생님과 하중희 선생님은 조애희 선배님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했는데, 그 곡이 바로 조애희 선배님을 인기정상에 올려놓은 명곡 내 이름은 소녀입니다. 조애희 선배님은 서정적이고 가녀린 음색으로 마치 속삭이듯 이 노래를 부르면서 꿈도 많고 샘도 많은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했고요. ‘내 이름은 소녀가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이 당시 이 곡을 한번쯤 불러보지 않은 소녀들은 없었습니다. 1990년대에 청순미의 대명사가 가수 강수지씨라고 한다면, 1960년대 청순미의 대명사는 조애희 선배님이었다고나 할까요?

 

1964년에 발표된 노래 내 이름은 소녀는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동요풍의 이쁜 노래였는데요. 이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에는, 그 당시 시대가 힘들고 고단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원래 사는 것이 팍팍하고 힘들수록 사람들은 유쾌한 노래로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데요. 마음에 환기가 되어주는 유쾌한 노래가 필요했던 196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에 내 이름은 소녀처럼 맑고 깨끗하고 이쁜 노래가 정말 잘 어울렸던 거죠.

 

 

 

내 이름은 소녀 꿈도 많고

 

내 이름은 소녀 말도 많지요

 

거울 앞에 앉아서 물어보면은

 

어제보다 요만큼 예뻐졌다고

 

내 이름은 소녀 꽃송이같이

 

곱게 피면은 엄마되겠지

 

 

 

내 이름은 소녀 꿈도 많고

 

내 이름은 소녀 샘도 많지요

 

거리 거리 쌍쌍이 걸어가면은

 

내 그림자 깨워서 짝을 지우고

 

내 이름은 소녀 꽃송이 같이

 

곱게 피면은 날아오겠지

 

 

내 이름은 소녀가 크게 히트하면서 조애희 선배님은 작곡가 김인배 선생님의 노래들을 연이어 부르게 되는데요. ‘숲속의 하루’ ‘홀로 가는 사람을 노래하면서 역시 큰 인기를 모았고, 그 당시 청초하고 아름다운 외모에 노래까지 잘하는 조애희 선배님을 흠모하는 뭇남성들도 정말 많았다고 하죠. 하지만, 그렇게 조애희 선배님을 흠모하던 남성팬들의 가슴에 충격을 주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바로 가요계의 신데렐라였던 조애희 선배님이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이 각종 매스컴의 탑뉴스로 장식됐기 때문입니다. 그 로맨스의 상대는 바로 한국의 재즈 1세대 클라리넷 연주가였던 이동기 선생님이었는데요. 가수와 연주가로 만나 같은 무대에 서면서 서로의 순수한 면에 끌렸고, 거기에 더해서 음악적 교감이 컸던 두 사람은 1966년 평생의 반려자이자 영원한 음악적 동반자가 되었는데요. 그 당시 가난한 연주가였던 이동기 선생님과의 결혼을 집안에서 반대했지만, 조애희 선배님은 돈은 같이 벌면 되는 것 아니겠냐~라며 단호하게 사랑을 선택했고, 집안에서도 니 마음이 그렇다면 됐다며 결혼을 승낙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 하나로 결혼한 이후, 그때까지만 해도 연주가로서만 활동했던 이동기 선생님은 아내인 조애희 선배님을 위해 작곡을 시작했는데요. 그 첫작품이 바로 1968년에 발표한 노래 그 사람 바보야입니다. 조애희 선배님이 불렀던 그 사람 바보야는 훗날 정훈희씨가 다시 불러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그 누구보다도 서로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동기 선생님과 조애희 선배님은 이후에도 푸른하늘 구름처럼’ ‘세월’ ‘그대여등의 노래를 발표했고요. 함께 무대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공연을 펼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는데요. 조애희 선배님은 남편을 소개할 때마다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오랜시간 동안 모두가 부러워하는 잉꼬부부로 통했는데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이동기 선생님이 간암으로 타계하시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요계의 영원한 소녀라고 불리는 조애희 선배님내 이름은 소녀를 부르노라면 다시 그 옛날 꿈 많고 수줍음 많았던 소녀로 돌아가는 기분인데요. 특히, 요즘처럼 봄바람이 불어오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소년과 소녀의 감성이 되살아나죠. 비록 현실은 우리를 주름지게 만들고 있지만, 이 노래 속에서 마음 한켠에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소녀의 수줍은 꿈과 설렘을 다시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