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길

주현미 - 삼팔선의 봄(1958)

松竹/김철이 2022. 3. 11. 00:05

주현미 - 삼팔선의 봄(1958)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7bgnESOLxkM

 

 

 

 

 

노래 이야기

 

요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보면서 전쟁이 가져오는 황폐함과 참혹함이 얼마나 무서운 것 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데요. 특히, 6.25 전쟁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그 전쟁이 결코 먼 나라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헤어져서 피난길에 오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면서 함께 가슴 아파하고,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기원하게 되는데요.

 

6.25 전쟁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군대가요'란 장르를 만들어냈습니다. ‘군가가 전투력 상승을 목적으로 한 노래라면, ‘군대가요는 그와 달리 군대에서의 개인적인 체험을 소재로 만든 노래인데요. 엄혹한 전쟁터에서 고향과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 그리고 생사고락을 함께 나눈 전우애를 노래한 군대가요는 6.25 전쟁 당시 등장해서 전쟁이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랑받았습니다.

 

1950년대까지는 전쟁가요가 전쟁을 소재로 노래했죠. 현인 선배님의 전우야 잘 자라’, 신세영 선배님의 전선야곡’, 최갑석 선배님의 삼팔선의 봄같은 노래들이 대표적이고요. 1960년대부터는 전쟁이 조금씩 잊혀져가면서 군인을 소재로 한 노래들이 등장해서 사랑받았는데요. 봉봉중창단의 육군 김일병’, 김추자 선배님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그리고, 허성희 선배님의 전우가 남긴 한마디같은 노래들이 그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전쟁가요 중에서 1958년에 발표된 최갑석 선배님의 삼팔선의 봄은 다른 가요에 비해서 조금 늦게 나온 전쟁가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의 전쟁가요들이 작사가 유호 선생님과 작곡가 박시춘 선생님, 그리고 작사가 반야월 선생님과 작곡가 이재호 선생님처럼 유명 작사가와 작곡가가 컴비를 이뤄서 만들어낸 노래인데 비해서, ‘삼팔선의 봄은 그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작사가 김민석선생님이 가사를 쓰고, 당시 촉망받는 스타 작곡가로 떠올랐던 박춘석선생님이 작곡한 노래인데요.

 

박춘석 선생님은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천재 작곡가로 손꼽히면서, 이후 이미자선배님 함께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흑사도 아가씨등 이미자 선배님하고만 무려 500곡을 함께 만들었고요. 패티김, 남진, 나훈아, 문주란, 정훈희, 하춘화 선배님들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우리나라 최고의 작곡가인데요.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박춘석 선생님이 초창기에 발굴한 가수가 바로 가수 최갑석 선배님입니다.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서 부산 가요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서 작곡가 박춘석 선생님에게 발탁된 최갑석 선배님은 성악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명이 꽉 찬 목소리와 발성으로 타고난 가수임을 알렸는데요. 전설적인 가수 남인수 선배님과 창법이 비슷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박춘석 선생님이 작곡한 노래 삼팔선의 봄이 히트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널리 알렸고, 이후 고향에 찾아와도’ ‘내 고향 찾아가면’ ‘마도로스 순정등의 노래들로 사랑받았죠.

 

 

눈 녹인 산골짝에 꽃이 피누나

 

철조망은 녹슬고 총칼은 빛나

 

세월을 한탄하랴 삼팔선의 봄

 

싸워서 공을 세워 대장도 싫소

 

이등병 목숨 바쳐 고향 찾으리

 

 

 

눈 녹인 산골짝에 꽃이 피는데

 

설한​​에 젖은 마음 풀릴 길 없고

 

꽃 피면 더욱 슬퍼 삼팔선의 봄

 

죽음에 시달리는 북녘 내 고향

 

그 동포 웃는 얼굴 보고 싶구나

 

 

삼팔선에 찾아온 봄을 바라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 노래는 전쟁가요중에서도 서정성이 뛰어난 곡으로 누구나 인정합니다. 가요이긴 하지만 마치 가곡같은 멜로디와 최갑석 선배님의 빼어난 목소리가 어우러져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전쟁으로 상처난 마음을 위로해주는데요. 그래서 최갑석 선배님의 노래 중에 이 노래를 여전히 지금도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최갑석 선배님은 1960년대 말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1970년대에는 가수활동을 접고, 도미씨와 함께 베트남에서 사업을 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는데요.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최갑석 선배님은 1986년 정말 오랜만에 KBS가요무대에서 다시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월남 참전 용사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들로 꾸며진 무대였는데요. ‘38선의 봄이 월남 참전 용사들이 사랑하는 노래로 뽑히면서 잠시 귀국해 오랜만에 팬들 앞에 선 거였죠. 오랜만에 다시 노래하는 최갑석 선배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멋있고, 힘있고, 감동적이어서 올드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고요. 최갑석 선배님을 미처 몰랐던 사람들은 도대체 저 가수는 누구냐!! 놀라워하며 최갑석 선배님의 옛 노래들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었죠.

 

안타깝게도 지금은 고인이 되셨기에 다시는 그런 전설적인 무대를 만날 수 없지만, 선배님의 고향인 임실에는 최갑석 노래비가 세워졌고, 매년 최갑석 가요제가 열리면서 많은 팬들은 최갑석 선배님의 노래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눈 녹은 산골짝에 시냇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듯 봄은 어떤 상황에서도 얼어붙은 마음과 미움을 녹이고 평화와 희망의 새싹을 틔워내죠. 우크라이나에도 봄과 함께 평화가 찾아오길 그리고 우리의 마음 속에서도 이 봄. 화해와 희망의 꽃이 피어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