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덕수궁 돌담길(1966)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J2brM-ch0yw
노래 이야기
빌딩 숲이 가득한 서울 시내에서
걷고 싶은 거리 1위로 선정됐던 곳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정동길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꼭 선정되는 정동길은 약 900미터에 이르는 길로, 그중에서 낭만이
가득한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들이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고요.
주변에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있어서
문화산책 코스로도 제격인데요.
한때는 그 주변에 가정법원이 있어서 이혼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오가기도 했고,
이혼 소송을 접수하고 마지막으로 걸어보는 길이라고 해서..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들이 걸으면 헤어진다’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속설에도 불구하고 연인들이 데이트할 때 호젓하게 걷기 좋은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코스 1호는 ‘덕수궁 돌담길’이었고요.
이곳이 청춘남녀들의 명소가 된 것은 바로 진송남 선배님의
‘덕수궁 돌담길’이 큰 히트를 하면서 부터 였습니다.
이 노래가 크게 사랑 받으면서 우리나라 가요계에 세 명의 스타가 탄생하는데요. 바로 이 노래의 노랫말을 지은 작사가 정두수 선생님, 그리고 히트 작사가에서 작곡가로 멋지게 변신한 한산도 선생님,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주인공 진송남 선배님입니다.
작사가 정두수 선생님은 이 노래를 시작으로 이후 '흑산도 아가씨', ‘가슴 아프게’, '물레방아 도는데', '마포 종점', ‘시오리 솔밭 길’, ‘마음 약해서’ 등의 숱한 히트곡을 낸 작사가로 성공하게 됩니다. 시인이기도 했던
‘정두수 선생님’은 자신이 쓰는 노랫말을 ‘가요시’라고 칭했고요.
그만큼 노랫말 속에 문학성을 강조했던 분이셨죠.
그래서 ‘덕수궁 돌담길’의 가사 역시 한때는 둘이 걸었던 돌담길을
이제는 혼자 걷는 사람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애잔하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정두수 선생님이 ‘덕수궁 돌담길’의 노랫말을 쓴 것은 노래가 나오기 5년 전인 1961년이었다고 해요. 어느 봄 날, 퇴근길에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우연히 빗속에서 돌담에 기대서 울고 있는 한 제대군인을 보게 되었고요.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저리도 혼자 비를 맞으며 슬피우는 걸까,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던 정두수 선생님은 집으로 돌아와 펜을 들고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이렇게 써둔 시가 훗날 한산도 선생님에게 건네졌고, 그 가사에 곡이 붙여져 나오게 된 것이 바로 ‘덕수궁 돌담길’이란 노래랍니다.
“비 나리는 덕수궁 돌담장 길을
우산 없이 혼자서 거니는 사람
무슨 사연 있길래 혼자 거닐까
저토록 비를 맞고 혼자 거닐까
밤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밤에.
밤도 깊은 덕수궁 돌담장 길을
비를 맞고 말없이 거니는 사람
옛날에는 두 사람 거닐던 길을
지금은 어이해서 혼자 거닐까
밤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밤에 ”
이 노래를 작곡한 한산도 선생님은 ‘추억의 소야곡’, ‘해운대 엘레지’, ‘동백아가씨’ 등의 주옥같은 명곡의 작사가로 활동했었는데요. ‘덕수궁 돌담길’을 작곡하면서 인기작곡가로 명성을 높이게 됐고요.
진송남 선배님 역시 1962년 부산MBC 전속가수로 활동을 시작해서 1965년에 개봉된 영화의 주제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1966년 ‘덕수궁 돌담길’을 노래하면서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 가수로 사랑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바보처럼 울었다’를 연달아 힛트시키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톱가수 반열에 오르게 되죠.
진송남 선배님은 전성기 시절, 청춘스타였던 남진 선배님, 태원 선배님과 함께 베트남전에 파병돼서 손에는 마이크 대신 M16 총을 들고, 어깨엔 4개의 수류탄과 허리엔 탄띠를 두르고 방탄조끼에 철모를 쓴 늠름한 모습으로 전장을 누볐습니다. 그 모습은 파월장병들의 사기를 높였고, 고국에 있는 장병들의 가족들까지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는데요.
월남에서 낮에는 소총수로, 밤에는 남진 선배님과 함께 장병들을 위한 위문공연의 가수로 근무를 병행했던 진송남 선배님은 그 시절 파병장병들뿐만 아니라, 베트남 주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위문공연단은 베트남 현지 주민들을 위한 위문공연도 이따금씩 가졌는데, 진송남 선배님의 감미로운 미성으로 베트남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이후 어딜 가나 진송남 선배님을 알아보고 환호하는 베트남 현지인들이
많았다고 하지요.
그러고보면, 언어는 달라도 음악이 전해주는 감동은 전세계인에게
공통된 위로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월남에서 돌아온 이후, 진송남 선배님은 달라진 가요계의 유행에 맞춰 포크음악인 ‘옛동산’과 고고리듬의 ‘오 님아’를 히트시키고, 연이어 ‘고향처녀’와 ‘시오리 솔밭 길’을 발표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트로트, 포크송, 고고뿐만 아니라, 스윙, 왈츠, 블루스까지. 이 모든 장르를 소화할 만큼 탁월한 음악성과 감미로운 미성으로 사랑받았던
‘진송남 선배님’은 아내와 함께 듀엣 ‘진송남 부부’로 노래하시면서 여전히 음악활동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며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계신데요.
어려운 이웃들에게 노래로 감동과 위안을 전하는 게, 가수로서 남은 마지막 꿈이자 바람이라고 말씀하시는 진송남 선배님. 앞으로도 무대에서 노래하시는 모습을 오래 오래 뵐 수 있길 바랍니다.
‘진송남’선배님의 애잔한 미성과 정두수 선생님의 시적인 가사,
그리고 한산도 선생님의 정겨운 멜로디가 마음을 울리는 ‘덕수궁 돌담길’
시린 계절 이 노래 속에서 따뜻한 감성을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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