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길

주현미 - 고향아줌마(1971)

松竹/김철이 2021. 10. 15. 00:00

주현미 - 고향아줌마(1971)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cOuiMCUkbSU

 

 

 

 

노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유행가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고 보급된 시기는 레코드 회사가 등장했던 1930년대의 일인데요. 이때 발표된 노래들의 대부분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타향을 떠돌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로 달랬던 거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황성옛터

타향살이같은 노래가 이 당시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고향노래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피난살이와

남북분단으로 인해 고향은 늘 그립디 그리운 곳이었고요. ‘함경도 사나이

단장의 미아리 고개’ ‘함경도 사나이’ ‘굳세어라 금순아’ ‘경상도 아가씨

이별의 부산정거장등의 노래들이 탄생했죠.

 

그리고, 1962년에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전국 곳곳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대도시로 일하러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 당시 농촌인구의 65%가 일자리를 찾아서 도시로 떠났다는 통계자료가 있으니까, 타향살이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타향에서 일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대중가요에 반영되면서 60년대와 70년대엔 수많은 고향노래들이 발표되고요.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고향노래를 부른 가수는

바로 김상진선배님이었습니다.

 

1952년 부산 대연동에서 태어난 김상진 선배님은 가요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1970년에 이정표 없는 거리로 데뷔하고요. 바로 다음해인 1971고향 아줌마

발표하면서 MBC 10대가수로 선정되었습니다. 73년엔 고향이 좋아를 부르면서

역시 3년 연속 10대가수가 되었고, 고향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고향가수라는 별명이 붙게 되죠.

 

경험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타향살이를 하다보면, 객지에서 고향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만나기만 해도 반갑지요.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공통점만 있어도 서로 도와주며

살아갈 때가 많았습니다. 더구나 부모형제, 친구들과 따로 떨어져서 낯선 도시에서

힘들게 혼자 지내던 젊은이들의 마음 속엔 늘 고향이 그리운 존재였을 겁니다.

 

그렇게 외롭고 막막할 때, 잠시 들러본 목로주점에서 고향의 옆집 아줌마처럼

사투리로 하소연을 말할 수 있고, 친근하게 모든 푸념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고향 아줌마는 그렇게 위로받고 싶은 심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잔을 들다 말고는 우는 사람아

두고 온 님 생각에 눈물 뿌리며

망향가 불러주는 고향 아줌마

동동주 술타령에

밤이 섧구나 밤이 섧구나

 

들어 찬 목로주점 나그네마다

넋두리 하소연에 푸념도 많아

내 고향 사투리 고향 아줌마

나그네 인생길에

불빛만 섧다 불빛만 섧다

 

한 때, 이 노래는 창법이 저속하다는 이유로 방송금지 제제를 받기도 했었는데요.

그건 김상진 선배님의 발성이 다소 여성스럽고, 간드러지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였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장발을 좋아해서 장발단속에도 걸린 적이 있었던 김상진 선배님이었는데요.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한 소리야말로 김상진 선배님만의 매력이었고, 그래서 유난히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고향 노래를 많이 부르면서 타향살이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줬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 대중가요에서는

고향에 관한 노래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졌는데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그리운 옛시절의 추억이 그리워질 때, 오늘 하루의 삶이

고단하고 팍팍하고 삶의 무게가 버거워질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받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