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다
윤원진 비안네 신부님
권위있는 사람과 권위적인 사람
'권위있는' 사람과 '권위적인' 사람은 다르다.
'권위있는' 사람은 말과 행동에 힘이 있다. 다시 말해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반면 '권위적인'사람은 말로만 한다. 그래서 그의 말은 듣는 이를 힘겹게 한다. 하지만 권위있는 사람의 말은 듣는 이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해방감을 준다.
가파르나움의 회당에 있던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은 '권위적인' 사람이었나 보다. 그는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지식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의 지식은 '크게 소리를 지르는' 말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내동댕이'치고 지식이 쌓여갈수록 비판의 잣대 또한 높아져 간다.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마귀는 그를 사람들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쳤다.
예수님은 권위있는 분이시지, 권위적인 분이 아니시다. 그분의 말씀은 말로만 끝나지 않고 행동의 결실을 맺어 듣는 이로 하여금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이는 지식을 말하지 않고 "이렇게 하여라"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시기 때문이다. 권위적인 사람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자랑하고 권위있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수님은 권위있는 분이시기에 권위적인 사람의 말에 대꾸하시지 않는다. 권위적인 사람은 탁상공론으로 말싸움하기를 좋아한다.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숫자라서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 경력이 몇년째인지, 타는 자동차와 사는 집의 가격이 높을수록 권위 또한 높아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이들에게 "조용히 하여라"라고 말씀하신다. 길고 짧은 것은 대보면 아는 것이지, 숫자에 대한 자랑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권위자의 예측은 예언처럼 들어맞고 조언을 따랐을 때 변화를 가져온다. 하지만 권위적인 사람은 변화를 줄 수 없기에 지식만을 자랑하며 원하지도 않은 훈수를 도움처럼 제공하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그 사람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하거나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으면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겁을 준다. 그들은 듣는 이의 변화와 행복을 원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이 검증받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마귀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그에게서 나갔다.
얼마 전 두 살된 딸을 키우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딸이 이제는 고집이 생겨서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나는 '이제 아이에게 자의식이 생겨서 그래. 그 때부터 성격이 형성되는 거래..'라고 말해주었다.
친구는 딸에게 짜증을 많이 내서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짜증은 일관성있게 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원칙을 갖지 못하고 부모의 눈치를 보거든..'이라고 했다.
나는 권위있는 사람이 아니라 권위적인 사람이었다.
친구가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했고,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지식을 자랑했다. 그 친구는 나의 조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감과 격려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분께서는 나에게 '조용히 하여라'라고 말씀하시는 듯 하다. 누군가에게 훈수를 두고 싶을 때면 그분의 말씀을 떠올리려 한다.
'차라리 조용히 하여라'
입을 닫고 귀를 열어라.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야지, 너에게 좋은 것을 주어서는 안된단다.
친구가 너에게 그 말을 한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란다.
바오로 사도는 1독서에서 이렇게 말한다.(테살로니카 1서 5장)
여러분이 이미 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 격려하고 저마다 남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나는 정말 그 사람의 성장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의 실패와 좌절, 실수를 견뎌주어야 한다. 나의 말로 성장시키려 하지 말고 함께 하는 동료애로 함께 성장해가야 한다. 그리해야 권위적인 사람이 되지 않고 권위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가르치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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